[사설]‘건진 의혹’ 尹 사저 압수수색… 씁쓸한 檢 뒷북 수사

2 days ago 7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와 김건희 여사의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 씨가 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모 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 등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윤 전 대통령 파면 26일 만의 일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압수수색은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전 씨 의혹은 ‘건진 게이트’로 불릴 만큼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 씨는 윤 씨에게서 건네받은 선물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지만, 영부인에게 전할 물건을 분실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윤 씨가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에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을 받으려고 전 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측에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또 전 씨와 처남이 대통령실 행정관 인사와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대선 당시 전 씨가 ‘양재동 캠프’로 불린 윤 전 대통령의 비공식 선거운동 조직에 운영비를 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나같이 파장이 큰 사안들로 이를 규명하기 위해선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다만 검찰이 윤 전 대통령 재직 중에는 ‘살아 있는 권력’을 의식해 전 씨 의혹에 미적대다가 뒷북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전 씨의 관계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바나컨텐츠의 ‘고문’ 명함을 갖고 다니던 전 씨는 한때 윤 전 대통령 캠프에도 참여했고, 윤 전 대통령 당선 뒤에도 당시 야당에서 ‘전 씨가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통령실도 전 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 움직이 없던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뒤 전 씨를 체포했고,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수사를 본격화하더니 급기야 파면된 지 얼마 안 된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압수수색까지 나선 것이다. 건진 의혹은 철저히 수사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힘이 다 빠진 권력’을 향해서만 칼을 빼 드는 검찰의 고질적 행태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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