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전이 실망감을 주고 있다. 열흘 가까이 진행된 경선 1라운드에선 ‘윤심(尹心)’ ‘반이(反李)’ ‘찬탄’ ‘반탄’ 등 입씨름에 함몰돼 정책 비전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선을 계기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는 ‘컨벤션 효과’는 온데간데없다. 경선 흥행몰이에 실패해 국민의힘 후보 전체 지지율을 합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1명에게 크게 못 미치는 지리멸렬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이 자당 소속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면서 애초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파죽지세로 앞서나가는 상대당 후보를 따라잡으려면 차별화한 비전을 보여주고 치열한 승부를 벌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도 과거 이슈에 매달려 허우적대며 내전을 벌이기 바쁘니 어떻게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겠나. 지난 두 차례의 경선 토론회에서 저출생, 안보, 관세 대응 등 정책 이슈가 다뤄졌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이고 모범적인 답변에 각자 할 말만 하는 바람에 이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이 와중에 ‘키 높이 구두’ ‘생머리’ ‘보정 속옷’ ‘눈썹 문신’ 같은 저질 설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니 한심함이 앞선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책 주도권도 상대 후보에게 빼앗겨 쫓아가느라 바쁜 마당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과 ‘빅텐트론’이 힘을 받는 것도 국민의힘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집권 경험이 많고 보수의 적통이라는 정당이 또 자강이 아니라 외부에 기대는 모양새는 당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꼴이다. 온통 내부 총질에 정신이 팔린 ‘자업자득’의 결과다.
국민의힘은 어제 2차 경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를 뽑았다. 2라운드마저 식상한 과거팔이로는 가망이 없다. 대선 승리의 절박함을 갖고 있다면 보수 재건의 비전과 정치 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관세 전쟁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논의로 국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