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곳간 비어가는 반도체 도시…"富는 기업이 창출" 명심해야

1 week ago 10

입력2025.04.20 17:41 수정2025.04.20 17:41 지면A35

반도체 업황 악화 여파로 수원 용인 화성 평택 등 ‘반도체 도시’의 재정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소식이다. 이들 4개 지방자치단체는 2015~2023년 9년간 삼성전자에서만 4조3800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징수했지만 지난해에는 단 한 푼도 걷지 못했다.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2023년 한 해에만 1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개별재무제표 기준)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 도시는 세수 급감으로 도로, 공원, 체육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잇달아 중단했다고 한다. 지역화폐 발행 사업 축소는 물론 업무추진비 20% 삭감이라는 고육지책까지 내놓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기업의 성패가 곧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엄연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이전에도 지자체들은 해당 지역에 있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전북 군산은 2018년 GM대우 군산 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한국판 말뫼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남 거제는 조선 시황에 따라 시 재정이 롤러코스터를 탄 게 한두 해가 아니다.

기업은 단순히 도시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를 견인할 핵심 주체로 부상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대선 출마 기자 회견에서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며 “국가 간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은 기업이 한다”고 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서도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글로벌 경쟁 시대 기업의 성공 여부가 국내 일자리와 소득, 세수까지 판가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국회 현실을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경제계가 극력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파업 조장법인 ‘노란봉투법’에 대한 처리 방침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예외’를 제외한 내용으로 강행 처리를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관세전쟁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기업들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이런 식이면 어떤 기업이 돈을 벌어 나라 살림을 살찌울 수 있겠나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