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의 결선 진출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둘러싸고 여전히 찬탄-반탄으로 갈려 반목하는 당내 기류를 보여준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에 앞장섰고 당내 ‘배신자’라는 비판에도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야당의 국무위원 전원 사과 요구에 홀로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서 탄핵 반대 세력의 선봉에 섰다. 결국 가장 확고하게 찬탄과 반탄을 주창한 두 사람 간 경쟁이 이어지면서 ‘1호 당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대한 가파른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선은 이재명 후보의 일방 독주였던 더불어민주당 경선보다 관심을 모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보 간 열띤 토론에서도 네 탓 공방과 인신 비방 외엔 사실상 남은 게 없다. 12·3 비상계엄 당시부터 우왕좌왕 다투기 바빴던 국민의힘이 5개월 가까이 되도록 그 계엄의 늪에서, 윤석열의 족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선은 집권 비전이 아닌 정치공학이 난무하는 주판알 튕기기 경쟁이 되어 버렸다. 너도나도 ‘콘클라베식 담판’이니 ‘원샷 국민경선’이니 후보 단일화 방법론을 내세웠지만, 나라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나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청사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패색이 짙은 대선보다는 이후 당권의 향배에만 눈독 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드는 게 작금의 국민의힘 현주소다.이처럼 국민의힘이 길을 잃은 사이 민주당 후보는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보수의 대표로서 국민의힘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한 이번 대선은커녕 어떤 선거도 승리를 꿈꾸기 어렵다. 집권하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고칠지, 특히 파면당한 윤석열 정부와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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