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 정치가 불러낸 '45년 경제 관료' 한덕수의 대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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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1 17:55 수정2025.05.01 17:55 지면A35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사퇴했다.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경제·통상 전문가로 45년간 관료 생활을 한 그가 대권 도전에 나선 것은 계엄·탄핵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디딘 이후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진보와 보수 정부를 오가며 두 번이나 총리를 맡는 등 화려한 공직 생활을 한 그지만 아마도 대통령을 꿈꾼 적은 없었을 것이다.

평생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그를 대선판에 불러낸 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비정상적 대결 정치다. 물론 대통령이 탄핵당한 윤석열 정부에서 3년간 총리를 맡은 그가 대선에 나선다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중도에 내려놓는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한 시점에서 최고의 통상 전문가가 자진사퇴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그가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건 지난 3년간 진저리치게 겪은 정치적 대결과 갖가지 파행, 곳곳에서 국정 발목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윤 정부 3년간 30명의 장관, 검사 등의 탄핵안을 발의했고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수많은 반자유·반시장적 규제 법령을 쏟아냈다. 동시에 유례없는 경제·통상·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를 건져내야 한다는 사명감과 소명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 전 권한대행은 내일 결정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 담판에 나설 전망이다. 그의 정치적 역정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나라를 위하는 초심을 잃지 말고 퇴행을 거듭해온 한국 정치가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어제 스스로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듯 분열과 갈등만 부르는 극단의 정치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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