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40일 남았다.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들을 크게 앞서나가자,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격상하는 안,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민처를 신설하는 안 등이 발의됐다. 그중에서도 기획재정부를 둘로 나누고, 총리실 직속 기획예산처를 만들어 예산 편성 기능을 넘긴다는 개정안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어제는 국회에서 ‘기재부 개혁 전문가 토론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선 “기재부 독재”라는 비판과 “기재부 분리는 시대적 요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져 탄생한 부서다. 정권을 잡으면 이를 다시 분리하겠다는 것인데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기본소득과 전 국민 지원금 지급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해 온 이 후보는 재정 건전성을 우선하는 기재부와 자주 마찰을 빚었다. 경기지사 시절엔 기본소득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여권 인사들은 기재부가 소극적인 재정 운용을 한다고 맹폭했지만, 5년간 늘어난 국가부채만 400조원 가깝다. 그 정도라도 ‘재정 파수꾼’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났을지 모를 일이다. 민주당의 기재부 쪼개기 추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 분산을 내세우면서 가뜩이나 제왕적 권력이라는 대통령이 예산 편성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 조직 개편이 시급한 것도 아니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다음 정부는 인수위 없이 곧장 시작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고 출범 후 신중하게 논의하고 결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