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표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당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순)이 컷오프를 통과했다.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은 ‘반탄파(탄핵 반대파)’, 안 의원과 한 전 대표는 ‘찬탄파(탄핵 찬성파)’로 분류된다. 4명을 2명의 후보로 압축하는 2차 경선에서 반탄파 2명과 찬탄파 2명이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문제에 대한 지지층의 복잡한 기류, 국민의힘의 갈라진 지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고, 국민 60∼70%가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1차 경선은 시종 “2시간의 해프닝” “내란몰이 선동” “계엄 옹호” “전광훈 당으로 가라” 등 탄핵 찬반 싸움으로 얼룩졌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 “눈썹 문신 1호 정치인”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등 수준 낮은 인신공격까지 난무했다.
반탄과 찬탄이 팽팽히 맞서게 된 4자 대결이 2차 경선에서 어떻게 압축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는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당심 50%’가 추가 적용되는 2차 경선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당원층을 겨냥한 경쟁이 더욱 격해질 경우 국민의 일반 민심과는 더욱 괴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초반부터 ‘한덕수 차출론’이네, ‘윤 어게인’ 신당이네 하며 맥이 빠지고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2차 경선에 오른 후보 4명의 지지율을 합쳐도 상대당 1위 후보의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는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란 근본적 한계도 있지만, 경선 후보들이 불법 계엄 사태와 탄핵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보수 혁신 로드맵,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뛰어넘을 미래 비전과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 크다.4명의 후보는 이제라도 ‘윤의 족쇄’를 벗고 비전과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망가진 민생경제 등 유권자들이 절절히 해법을 기다리는 이슈가 끝도 없다. 고작 당원 표심을 노리고 ‘반탄 찬탄 프레임’이나 ‘묻지마 연대’에만 매달리다간 누가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가 되든 국민 선택을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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