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아도는 쌀 대책도 없이 양곡법 재추진하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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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5 17:51 수정2025.04.25 17:51 지면A23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어제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세 차례 폐기된 법안으로, 쌀이 수요보다 많이 생산돼 가격이 내려갈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분을 사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도 정부는 매년 45만t 안팎의 쌀을 농민에게서 구매해 비축하고 있지만, 쌀 매입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2023년과 2024년에 폐기된 민주당의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전년보다 5% 넘게 하락하거나 생산량이 수요를 3% 이상 넘어설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근 폐기된 세 번째 법안은 아예 구체적 발동 요건을 삭제한 채 의무 수매라는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부가 거부권까지 써가며 양곡법 개정을 막은 것은 재정 부담 때문이다. 한국은 쌀이 남아도는 나라다. 생산량이 적지 않는데 국민의 쌀 소비량이 매년 1~2%씩 감소한 영향이다. 여기에 외국 쌀까지 정부 창고로 들어온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 쌀 관세화를 20년간 유예하는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했는데 그 물량이 연간 40만8700t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쌀 비축량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권고량의 두 배 수준인 140만t으로 추정된다. 쌀 보관 예산만 연간 4500억원에 달한다. 오래된 쌀은 주정, 사료용 등으로 헐값에 팔려나가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해도 재고가 줄지 않자 정부는 올해 해외 무상 원조용 쌀 물량을 15만t으로 전년보다 5만t 늘려 잡았다.

국가 전략자산인 쌀 생태계를 보호할 필요는 있지만, 정부의 의무 매입 강화는 결과적으로 농업 발전도 저해한다. 작황이나 가격 변동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무위험 작물이 있는데, 누가 새로운 품종 개발에 도전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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