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 전쟁 중인 중국이 한국을 겨냥한 경제·안보 압박 수위를 노골적으로 높이고 있다. 최근까지 한한령(限韓令) 해제와 단체관광 비자 면제 추진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협상에 나설 무역 상대국이 중국의 이익을 희생시킬 경우 보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우리 희생을 대가로 미국과 거래한다면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70여 개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의 제조 역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한·미 재무·통상장관 간 ‘2+2 협의’에서 압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우리 기업에 자국산 희토류가 들어간 제품을 미국 방산 기업에 수출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도 나왔다(23일자 A1, 3면). 중국은 이달 초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했는데, 한국도 이 규제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요구를 거부하면 우리 수입까지 막힐 수 있고 변압기·2차전지·방산·우주항공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정제·가공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공정’으로 안보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서해 한·중 잠정조치구역(PMZ)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심해 어업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남중국해에서 구조물을 앞세워 주변국 영해를 잠식한 방식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 대선 등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우리의 허를 찌른 셈이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 1, 2위국은 중국(19.5%)과 미국(18.7%)이다. 두 나라 모두 핵심 교역국이다. 이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전략적 유연성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쪽 손을 들어줘야 하는 힘든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가 단합돼 있어야 한다. 외교력은 전략과 전술에 앞서 국민 총화로 커지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그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