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이런 행보를 대놓고 부추기고 있다. 일부 의원이 대선 차출론 분위기를 띄우더니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대행과 회동이 예정된 원로 정치인에게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당 경선 관리자가 2차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일화 물밑 교섭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당내에서 “부적절한 패배주의” “후보들이 페이스메이커냐” 등의 비판이 나오고, 권 위원장이 이를 반박하는 등 경선 막판까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고 과도기 정부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것도 파면된 대통령 밑에서 국정 2인자로 3년간 재직해 온 인물이 ‘심판’이 아닌 ‘선수’로 직접 뛰는 게 과연 국민 상식에 맞느냐는 지적이 많지만 한 대행도, 국민의힘도 이런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 대행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출마를 선언한다면 어떤 이유와 명분을 내세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한 대행 측과 국민의힘 간에 단일화 성사를 위한 물밑 접촉이 이미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차 경선에서 김문수, 한동훈 후보 2명으로 압축되자 아예 “한 분이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공개 예고까지 했다. 다만 단일화 경선이 성사된다 해도 여러 법적,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한 대행이 국민의힘에 즉각 입당해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재경선을 치를 경우 ‘부전승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무소속 상태든 입당이든 시간 문제로 단일화 방식에 대한 밀실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도 절차적 하자, 당원권 훼손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맞서기 위한 전략이라지만, 과도기 국정 책임자는 대선에 기웃대고 공당의 경선 관리자는 그런 그에게 기웃대는 모습으로 어떻게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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