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에 대한 본계약을 7일 체결할 예정이라고 지난 30일 밝혔다. 이로써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0개월 만에 최종 계약을 맺게 됐다. 한국이 원전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은 2009년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더구나 이번엔 원전 강국들의 전유물이던 유럽 시장에 교두보를 놓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체코 원전 수주는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 후발국 한국이 종주국인 미국과 프랑스 기업을 물리친 결과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뒤에도 지식재산권을 빌미로 발목을 잡았고,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체코와 유럽연합(EU) 당국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는 등 몽니를 부렸다. 한수원은 가격경쟁력과 공기 준수를 무기로 갖은 장애물을 뚫었고, 그 덕에 향후 테멜린 원전 3·4호기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세계 원전시장은 부흥기를 맞았다. 그 뒤엔 인공지능(AI) 혁명이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추론형 AI 모델은 전기 먹는 하마다. 이처럼 거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적합하지 않다. 중국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10기 이상의 신규 원전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전 설비 용량은 수년 내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게 다 AI 혁신에서 앞서가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다.
한수원에 당부한다. 총 26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2기는 가동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수익률 관리가 중요하다. 지재권 타결 조건으로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와 일감 등 일정 몫을 배분하기로 한 게 사실이라면 수익률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6월 대선을 노리는 후보들은 하나같이 초대형 AI 투자를 약속했다. 이 공약을 실천하려면 원전 증설이 필수다. 나아가 해외시장에서도 K원전의 깃발을 속속 꽂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AI 시대를 거스르는 ‘탈원전’은 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