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의 날, '위기의 법치'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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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5 17:51 수정2025.04.25 17:51 지면A23

제62회 법의 날 기념식이 어제 정부과천청사에서 조용하게 열렸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검찰총장 등 주요 인사가 모두 불참해 마치 법무부 내부행사 같은 분위기였다. 2009·2013년엔 대통령이 참석한 법조계 최대 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초라한 모습이었다.

행사 주최자인 법무부 장관의 초청이 없었다는 게 불참자들의 변이지만 정확한 경위를 따지기 전에 동의하기 힘든 처신이다. 법의 날은 법의 중요성과 의미를 환기하고 법치 확립을 다짐하기 위한 국가기념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법치 붕괴에 대한 걱정이 커진 현 시국에서 한마음으로 새 출발을 다짐할 기회였다.

당면한 법치주의 위기는 정치와 법조계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치의 추락이 검찰 출신 대통령과 변호사 출신 야당 대표가 권력을 양분한 시점에 가속화한 점이 더욱 서글프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이 인용된 뒤에도 “이기고 왔다”며 사법 불신을 조장했고, 겹겹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후보는 검찰, 법원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이 어제 법의 날 기념사에서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를 경계한 배경일 것이다. 법원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법리와 판사 성향에 따른 판결 등으로 법적 안정성 위협의 주역이 되고 말았다.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1심 실형, 2심 무죄가 잘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일방적 진행과 절차적 흠결로 숱한 논란을 자초하며 불신을 샀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된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을 5개월, 3시간 변론이면 끝날 감사원장 탄핵심판을 두 달 넘게 끌기도 했다.

수사기관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수사 성과는 거의 없고 하는 일마다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 검찰 수사도 전·현직 권력자들을 상대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갑자기 속도를 내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가 흔들리면 민중주의 내지는 전체주의로 가는 지옥문이 열린다. 정치·법조계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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