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기 3년도 못 채우고 파면되면서 현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노동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 의료개혁은 1년간 3조3000억 원의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의료 시스템을 오히려 퇴보시켜 응급 환자들이 거리를 헤매게 했으며, 노동개혁은 첫걸음을 떼려다 멈춰선 상태다.
지난해 2월 4대 개혁 과제로 추가된 의료개혁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 행동으로 1년 넘게 의료 공백을 초래했다. 의료계와 제대로 된 협의도, 객관적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목표와 달리 올해 신규 의사 배출은 10분의 1로 줄었고, 의대 교육은 일부 학년의 경우 5.5년제를 고려할 정도로 파행을 빚고 있다. 결국 정부는 올해 입시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0명으로 되돌리기로 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노동개혁의 경우 노사법치 확립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지만 핵심 과제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3년이 지났다. 출범 초기 경직된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며 ‘주 최장 69시간 근무’ 허용 방침을 밝혔다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곧 백지화했다. 이후 근로시간 유연화는 물론이고 정년 연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등에 진전이 없었다. 연금·교육개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금개혁은 기금 고갈 시기를 8년 늦추는 수준에서 모수개혁을 했지만 보다 중요한 구조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교육개혁도 ‘사교육과의 전쟁’ 등 소리는 요란했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4대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주요 추진 과제로 내세웠지만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은 데다 개혁으로 손해를 보는 이들의 저항이 거세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 정부는 체계적인 추진 계획을 세워 이견을 조율하고 설득하기보다 반대 세력을 ‘개혁의 걸림돌’로 몰아붙이며 ‘불통’으로 일관했다. 개혁을 위한 입법 과제가 많았지만 야당의 협조를 얻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했다. 미완의 개혁 과제를 넘겨받을 차기 정부는 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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