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 경기 광명시 등에서 잇달아 발생해 인명 피해를 동반했던 대형 싱크홀(땅꺼짐)은 지하 공사 부실이 주요 발생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018년 1월부터 이달까지 신고된 싱크홀 사고(1422건) 중에서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깊이 5m 이상 대형 싱크홀 35건을 따로 분석한 결과, 지하 공사 부실이 15건(42.9%)으로 가장 많았다. 상하수도관 누수는 8건(22.9%)으로 그 절반에 불과했다.
이달 광명시에서는 신안산선 터널 공사 도중 지반 붕괴로 길이 30m, 깊이 1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달 명일동에서 발생한 깊이 20m의 초대형 싱크홀은 지하철 9호선 연장 터널 공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각각 인부가 매몰되거나 운전자가 추락해 숨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땅을 판 뒤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차수 공사나 지반 붕괴를 막는 흙막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대형 싱크홀 사고의 상당수가 지하 공사의 부실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간 지자체는 노후 상하수도관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대책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사 부실관리 책임을 피하려는 면피성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싱크홀을 예측하기 위한 지하 지도도 발표만 요란하게 하고 대충 만들었다 사용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서울 송파구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약 800억 원을 들여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했다. 하지만 땅속 공동, 지반 침하 이력, 지하수 흐름 등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쓸모없는 지도가 됐다. 서울시도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직후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지하 시설을 서면 조사로만 파악한 부실 지도여서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길거리가 갑자기 꺼지고, 공사장이 붕괴하는 등 대형 싱크홀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원인을 비껴간 급조된 대책 대신 대형 싱크홀의 원인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이 경시되는 지하 공사의 관리·감독부터 강화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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