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폭탄’ 맞은 기간산업들… 이대론 수출도, 성장도 ‘회복 난망’

1 week ago 9

9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제1선재공장’ 안은 해체된 설비들만 가득할 뿐, 특유의 열기를 잃은 채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경기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지난해 11월 폐쇄됐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9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제1선재공장’ 안은 해체된 설비들만 가득할 뿐, 특유의 열기를 잃은 채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경기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지난해 11월 폐쇄됐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폭탄이 한국 제조업의 안마당을 직격했다. 작년 평균 영업이익이 재작년의 3분의 1로 줄어든 철강, 이차전지, 석유화학 등 핵심 뿌리산업들이 관세전쟁까지 본격화하면서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서비스업 침체에 더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인 제조업까지 위축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에서 절반인 1%로 낮췄다.

재작년까지 고속 성장하던 이차전지 업종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전통적인 수출 주력산업인 철강, 석유화학도 이익이 각각 46%, 65% 줄었다. 대미 수출에 25% 관세를 물고 있는 철강은 유럽연합(EU)의 수입쿼터 축소, 인도의 세이프가드 관세까지 겹쳐 그로기 상태다. 90일 유예 기간 중 10% 대미 관세를 무는 다른 업종에서도 가동 중단, 생산 축소가 잇따르고 있다. ‘철의 도시’ 포항, ‘석유화학의 중추’ 여수의 산업단지는 눈에 띄게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길이 막힌 관련 제품들을 덤핑 수출해 한국 기업의 고통을 더 키운다.

3개월 만에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낮춘 건 우리 수출 제조업의 타격이 주요국 중에서도 특히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망치가 2.7%에서 1.8%로 내린 미국, 4.6%에서 4.0%로 낮아진 중국 등 관세전쟁의 핵심 당사국보다 하락 폭이 크다. 게다가 사태가 다소 진정돼도 이미 받은 충격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IMF는 “(상호)관세 유예가 무기한 이어지더라도 전망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수출과 성장률이 원상 복구되긴 어렵다는 의미다.

작년 한국의 성장률 2% 가운데 95%는 수출이 견인했다. 수출의 80% 이상은 제조업이 차지한다. ‘제조업 엔진’에 탈이 나면 우리 경제의 순항은 불가능하다. 오늘 개시되는 한미 통상협의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건 물론이고, 미국 밖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에 우리 기업들이 밀리지 않게 지원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현대차-포스코의 미국 제철소 ‘쇳물 동맹’ 같은 창의적 돌파구를 더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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