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까지 고속 성장하던 이차전지 업종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전통적인 수출 주력산업인 철강, 석유화학도 이익이 각각 46%, 65% 줄었다. 대미 수출에 25% 관세를 물고 있는 철강은 유럽연합(EU)의 수입쿼터 축소, 인도의 세이프가드 관세까지 겹쳐 그로기 상태다. 90일 유예 기간 중 10% 대미 관세를 무는 다른 업종에서도 가동 중단, 생산 축소가 잇따르고 있다. ‘철의 도시’ 포항, ‘석유화학의 중추’ 여수의 산업단지는 눈에 띄게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길이 막힌 관련 제품들을 덤핑 수출해 한국 기업의 고통을 더 키운다.
3개월 만에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낮춘 건 우리 수출 제조업의 타격이 주요국 중에서도 특히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망치가 2.7%에서 1.8%로 내린 미국, 4.6%에서 4.0%로 낮아진 중국 등 관세전쟁의 핵심 당사국보다 하락 폭이 크다. 게다가 사태가 다소 진정돼도 이미 받은 충격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IMF는 “(상호)관세 유예가 무기한 이어지더라도 전망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수출과 성장률이 원상 복구되긴 어렵다는 의미다.
작년 한국의 성장률 2% 가운데 95%는 수출이 견인했다. 수출의 80% 이상은 제조업이 차지한다. ‘제조업 엔진’에 탈이 나면 우리 경제의 순항은 불가능하다. 오늘 개시되는 한미 통상협의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건 물론이고, 미국 밖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에 우리 기업들이 밀리지 않게 지원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현대차-포스코의 미국 제철소 ‘쇳물 동맹’ 같은 창의적 돌파구를 더 찾아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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