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질주하는 中 메모리, 이래도 반도체 착시에 취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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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나왔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 니어(NEAR)재단이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경제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때맞춰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첨단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흔드는 ‘CXMT 쇼크’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포럼에선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이 지난 30년 간 추세적으로 하락했으며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2030년부터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 성장률은 5년에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잠재성장률을 1.66%, 내년은 1.52%로 내다봤다. 이례적으로 올해 성장률은 3%를 웃돌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 저성장 트렌드를 반도체 호황 지속만으로 역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반도체 호황에 취한 사이 중국은 미국발 고강도 제재를 되레 자력갱생의 기회로 삼았다. K반도체와 C반도체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CXMT가 새로 개발한 서버용 DDR5 제품은 삼전·하이닉스 기술을 한발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양쯔메모리(YMTC)가 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

반도체를 빼면 석유화학, 철강 등 다른 제조업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지난 8월 한은은 이른바 네덜란드병을 경계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네덜란드병은 2000년대 호주 등 자원수출국 사례처럼 특정 부문의 높은 임금과 투자수익률이 여타 부문의 인력과 투자를 흡수해 성장기반을 잠식하는 것을 말한다. 일시적인 반도체 슈퍼호황이 우리 눈을 가리고 있다. 그 통에 저항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노동·교육 분야 등을 구조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어느새 쏙 들어갔다.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는 공약도 별 진척이 없다. CXMT 충격이 반도체 미몽에서 우리를 깨우는 ‘숨겨진 축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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