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책임' 줄여줄께 '투자' 늘리라...일본 정부의 친기업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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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기업 경영 판단과 관련한 경영진의 법적인 책임을 줄이는 쪽으로 법 개정에 나섰다. 회사의 대표와 이사의 경영 결정에 따를 수 있는 손해배상 책임액을 ‘무제한’에서 감내할 수준의 ‘가벼운 상한’으로 바꾼다는 게 골자다. 대표의 책임 한도를 연간 보수의 6배, 이사는 4배까지인 현행법상의 최저한도 정도로 묶되 구체적인 상한선은 기업, 산업계와 협의해 결정한다고 한다.

기업인의 경영 판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무제한’에서 이처럼 현실성 있는 수준으로 상한을 묶어주려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경영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업인이 모험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달라는 취지다. 일본 산업계는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를 둘러싼 소송에서 2022년도의 1심 판결이 경영진에게 13조 3210억엔을 배상하라는 것으로 나오면서 큰 충격에 빠졌었다. 이후 상급심에서 판결은 바뀌었지만 경영 행위에 대한 사법 리스크 논란은 계속됐다. 이 바람에 해외의 능력 있는 기업인의 최고경영자(CEO) 영입이 어려워지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부각됐다.

일본의 이번 법 개정 움직임은 한 마디로 어떻게든 기업가 정신을 복원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탈탄소 등으로 대규모의 모험적 투자가 절실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활발한 인수합병 (M&A)이 절실한 상황에서 회사 발전을 위한 기업인들의 의사결정을 법이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공격적인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수를 확대하면서 성장 엔진을 돌리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다.

기업 경영인에 대한 일본의 사법리스크 완화는 우리 현실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여권이 밀어붙인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다루듯 하는 법이 적지 않다. 형사 처벌까지 가능한 배임죄가 있는데도 최근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경영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별난 중징계의 배임죄에 대해서는 경감 쪽으로 개정하자는 국회의 움직임이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 정부의 행보에 담긴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기업투자 없이는 일자리 확충도, 성장도 모두 헛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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