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나스닥 무대 등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997년 미 증시에 ADR을 상장해 전 세계 투자자의 자금을 흡수하며 기업 가치를 100배 끌어올린 대만 TSMC를 연상시킨다. 이번에 조달한 막대한 달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국내에 투자돼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다지는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달러 유입은 고환율로 신음하는 국내 외환시장에도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약 199억 달러가 국내에 공급됐던 것을 뛰어넘는 ‘통화스와프급’ 달러 공급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때 1560원 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1500원 안팎으로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공동화(空洞化) 우려도 간과할 순 없다. 한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달러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 국내 증시의 매수 자금이 미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국에 상장된 주식을 팔고 미국 ADR을 사라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 대표 기업들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잇따라 미국행을 택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르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결국 기회를 활용하고 위험을 줄이는 본질적인 해법은 한국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매력과 경쟁력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규제 철폐, 기업 지배구조 개선,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등 자본시장 선진화에 매진해야 한다. 제2, 제3의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과제다. 기업과 투자자가 찾아오고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안방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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