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애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학사·석사·박사 등 학력 요건을 사실상 폐지하고 실제 직무 수행 능력과 역량 중심으로 채용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시행해 온 열린 채용제도와 맥을 같이 하는 학벌 파괴식 실험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인재 전쟁이 치열해지는 반면 청년 일자리는 갈수록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돋보인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입시와 학벌 중심의 경쟁 구조에 지나치게 익숙했다. 기업들은 능력 중심 채용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학력과 학벌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학 입시가 곧 인생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학부모들까지 학생들의 스펙 경쟁에 매달렸고, 기업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놓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이 더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한참이다. 혁신 산업에서는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보다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 내고 어떤 성과를 내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지금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확보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채용 방식 변경이 아니라 미래 산업 환경에 맞춘 인재 선발 철학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런 변화가 사회 전반의 인재 기용 및 활용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의대 정원 확대와 맞물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뛰어난 이공계 인재가 의사보다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AI와 반도체산업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엘리트 엔지니어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보상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의대 쏠림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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