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정상 지각 통화… 조바심에 ‘안 내줄 것 내주는 일’ 없어야

3 weeks ago 12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상 문제 등과 관련해 통화했다. 한 대행은 “양국이 ‘윈윈’ 하길 희망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한국 협상팀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상황은 좋아 보인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상호관세 발효 후 곧바로 시작된 국가별 맞춤형 무역협상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우선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12·3 계엄과 탄핵 사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1월에 취임한 뒤에도 한미 정상 간 소통은 끊긴 상태였다. 이제라도 통화한 건 긍정적이다. 그사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하면서 유럽연합(EU), 일본보다 높은 25% 상호관세를 한국에 물렸다. 일방적 조치를 바로잡으려면 지난한 협상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상 간 통화 후 트럼프는 “무역과 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제들도 (한국과) 함께 논의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다”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상호관세 인하와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국방비 증액 등 경제, 안보 주제를 한데 묶어 협상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 때 이뤄진 연간 1조6000억 원 규모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합의는 파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높은 관세를 때린 뒤 낮춰주는 과정에서 경제 외의 분야까지 폭넓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 측 의도가 분명해진 만큼 한국도 전체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상전략을 짜야 한다. 수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관세율 인하가 급선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다른 분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한다면 국익이 훼손될 뿐 아니라 6·3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협상 패키지를 만들 때 정부와 정치권의 사전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 먼저 협상하려는 배경에는 다른 교역국보다 대미 안보 의존도가 높은 두 동맹국이 다루기 쉽고, 성과도 더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첫 협상국’을 자처한 일본과 같은 태도를 취할 건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증시 폭락, 경기 침체 우려, 104% 관세에도 “끝까지 간다”는 중국 때문에 미국도 시간에 쫓기긴 마찬가지다. 성급히 협상 성과를 내려다 심각한 불이익을 스스로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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