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재판관 ‘임명’조차 거부하던 韓대행은 왜 표변했을까

3 weeks ago 12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에 대해 9일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잇따라 제기되고, 야당은 권한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넘어선 것이란 논란이 뻔한데도 한 대행이 대체 왜 이런 인사를 불쑥 강행했는지를 둘러싼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이 중 3명만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고, 3명은 국회 선출, 3명은 대법원장 지명 뒤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에 정해져 있다. 국회 몫 3명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절차적·형식적 권한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 대행은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고, 이는 국회가 한 대행을 탄핵소추한 주요한 사유가 됐다.

당시 한 대행이 제시했던 논리는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는 것이었다. 헌재는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했지만 국회 추천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는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대통령 고유 권한” 운운하며 형식적 ‘임명권’조차 행사하지 않았던 한 대행이 이제 와서 실질적 인사권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몫 재판관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다.

더욱이 후보자 중 한 명인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대선캠프 법률팀의 핵심 중 한 명이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탄핵된 대통령의 대선을 도왔고 그 내각의 각료로 일해온 인물이 헌정 질서의 보루인 헌법재판관에 적임인지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 처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안가 회동’을 가진 4명 중 1명으로, 내란 방조 혐의 피의자로 경찰에서 조사받기도 했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한 대행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형국이다. 대체 무슨 곡절이 있길래 한 대행이 지명권을 행사했는지, 그것도 논란이 큰 인물을 지명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 관련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차출론’ 등과 맞물려 온갖 억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 대행의 모순적 행보가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이은화의 미술시간

    이은화의 미술시간

  • 이호 기자의 마켓ON

    이호 기자의 마켓ON

  • 이주의 PICK

    이주의 PICK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