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전격 지명한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마다 벌어지는 혼란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후임 재판관 임명 시까지 기존 재판관의 임기를 제한적으로 연장하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헌법재판소의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헌법에 정해져 있다. 임기가 종료되면 바로 퇴임하기 때문에 후임자 임명이 늦어지면 재판관 공백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동안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가 추천하는 3명의 임명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전 헌재소장 등 국회 몫 재판관 3명이 퇴임한 뒤 올해 1월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이 취임할 때까지 헌재는 두 달 넘게 ‘6인 체제’로 운영됐다. 2011년 조대현 재판관 퇴임 뒤에도 14개월간 공석이 이어졌다.
이번처럼 대통령 직무 정지나 궐위 기간에 대통령 몫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헌법이나 헌재법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할 수 있는지 명시적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행은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을 지명하지 않은 반면 한 대행은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지명을 강행해 위헌·월권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혼란을 막을 방안으로 우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돼도 후임자 임명 때까지 직무를 계속하도록 하는 독일 등의 사례를 검토할 만하다. 이렇게 되면 재판관 임명이 지연되더라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고, 권한대행이 무리하게 지명권을 행사할 명분도 없어진다. 다만 독일에선 재판관 임기 만료 뒤 두 달 안에 의회가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으면 헌재가 재판관 후보를 추천한다. 정치권이 특정 재판관의 임기를 의도적으로 늘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또 예비재판관을 두고 재판관 결원 시 투입하는 오스트리아 등의 제도도 참고할 만하다. 국회 몫 재판관 3명의 추천권 배분을 명문화해 후임자 선출 지연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재가 재판관 임명 문제로 기능이 마비되거나 정쟁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구체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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