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무차별 상호관세가 정식 발효된 9일,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480원을 돌파했다. 현실화된 관세 폭탄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원화가 유독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 교역 상대국 1, 2위인 중국과 미국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직격탄을 맞게 된 한국 경제의 취약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9일 원-달러 환율은 10.9원 급등한 1484.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다. 장 초반엔 1487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화 약세를 유발했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미중 관세 전쟁이 양보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환율 급등세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04% 관세’에 중국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미중 갈등이 더 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조만간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마저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가에선 “환율 천장이 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만 8조 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는 1년 반 만에 2,300 선이 붕괴됐다. 여기에다 중국이 트럼프발 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도 위안화 가치를 따라가는 원화에 부담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9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19개월 내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환율 급등은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가뜩이나 25% 상호관세 폭탄을 맞은 국내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비용과 달러 빚 부담이 커져 초비상이 걸렸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높여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 상황에서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경제 위기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24시간 비상 체제로 외환·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고,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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