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산불인 2000년 강원 산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원인은 태풍급 강풍이다. 2000년 당시 불길 확산 속도는 시간당 4.4km였는데 이번엔 8.2km였다. 역대 산불 중 가장 빨랐다. 또 ‘도깨비불’처럼 시시각각 불씨가 날아가 산불이 번졌다. 산림 분야 40여 년 경력에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게다가 20년 전보다 나무 밀도가 세 배 이상 높아지면서 화마를 키웠다.
최근 들어 산불 환경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산불이 일상화되고, 동시다발적으로 번져 대형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산불의 주원인인 입산자 실화는 물론이고 논밭두렁 및 영농 부산물, 쓰레기 등을 관행적으로 소각하는 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사람의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는 인위적인 사회 재난이자 자연 재해다.
산불은 무엇보다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는 게 우선이다. 적어도 인위적인 요인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부처별 협업을 통해 영농 부산물 등을 무료로 파쇄해 주고 있지만 예산 사정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이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산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확산되지 않도록 초동진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공중전과 지상전을 일사불란하게 펼칠 수 있는 장비와 인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산불 신고 후 50분 이내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헬기의 확충이 시급하다.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민관군 다 합해 200여 대지만, 물 담수량이 많은 대형 헬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산림청 헬기 50대 중 8000L 용량의 대형 헬기는 7대, 3000L 용량의 러시아제 중형 헬기는 29대다. 지상 진화를 위한 고성능 산불진화차량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산림청이 29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적어도 100대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산불 전문 진화 인력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상 진화 인력은 현재 산림청 소속의 공무원인 공중진화대 104명, 대부분이 공무직인 산불재난 특수 진화대 435명 등에 불과하다. 지자체 소속의 산불 예방 전문 진화대가 9600여 명 규모지만 대부분 산불 조심 기간에만 고용하는 임시직이다. 이제는 ‘산림재난대응단’으로 통합해 관리하며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불지휘체계다. 현재 규모별로 100ha 미만은 시장과 군수, 100ha 이상 1000ha 미만은 시도지사, 1000ha 이상은 산림청장이 지휘한다. 영남권 산불과 같이 초대형 산불로 확산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고 국무총리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괄 지휘한다. 이제 산불 대책은 국가안보, 국가재난안전 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그동안 수립한 대형 산불 방지대책을 이번 영남권 대형 산불을 교훈 삼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산불 등 산림재난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올해 초 제정된 산림재난방지법이 내년 2월 시행된다. 이와 관련한 법적 장치도 재점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 그리고 수립한 대책을 어떻게 현실성 있게 실행해 나갈 수 있느냐다. 정부의 후속대책을 기대해 본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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