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만들던 주역, 이젠 '쌀 위스키' 빚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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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의 스마트브루어리 양조장에서 오크통에 숙성된 소주가 주목받고 있으며, 오세용 대표는 숙성 과정의 중요성과 한국 술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19년 창업 이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품질을 높였고, 최근 주류 품평대회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양조장 운영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며, 한국 술 산업의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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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임원서 브루어리 대표로 변신한 오세용 씨
10년전 은퇴후 본격 주류 연구 고향 청주에 쌀 증류주 양조장
쌀로 만든 위스키 생산 나서며 주류품평대회 잇단 수상 쾌거
술생산자협회 초대회장 선임 "특산주로 지역경제 힘 보탤것"

오세용 스마트브루어리 대표가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쌀 증류주 '마한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오세용 스마트브루어리 대표가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쌀 증류주 '마한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최근 방문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스마트브루어리 양조장. 35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 속에서 60개가 넘는 오크통이 은은한 술 향을 내뿜고 있었다. 쌀로 만든 증류 원액을 2년가량 숙성시키는 현장이었다. 피펫으로 끌어올린 한 잔은 달고 찬란했다. 아직 숙성 기한을 채우지 않았는데도 시중에서 수십만 원에 팔리는 고급 위스키 못지않게 목 넘김이 부드러웠고, 입안에 남는 풍미가 강렬했다.

오세용 스마트브루어리 대표는 "오크통에 숙성시킨 소주는 기존의 증류식 소주와는 전혀 다른 술"이라며 "숙성 정도에 따라 색과 맛, 향이 변하는데 특히 한여름 2~3개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와인을 비롯한 발효주를 숙성시키는 것은 저온이 유리하지만 증류주는 다르다"며 "온도가 높아지면 오크통에서 증발하는 술의 양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속성 숙성이 이뤄져 오크 숙성의 효과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한국 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오크통 숙성 소주를 생산하며 '쌀스키'의 선구자로 꼽히는 스마트브루어리는 그중 선두에 있다. 미국 IBM 본사에서 일하다 귀국해 15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사업부 부사장을 역임하고, 이후 SK하이닉스에서 제조·기술 부문 대표까지 맡았던 오 대표가 2019년 고향 땅에서 창업한 곳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기술 주역이 쌀로 빚은 새로운 우리 술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오 대표는 "기업에 있을 때부터 술을 좋아했고, 어떻게 만드는지 늘 궁금해했다"며 "업무적으로 외국 기업인들과 선물로 술을 주고받았는데, 대부분 위스키나 와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끔은 우리 술을 외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막걸리나 소주는 한계가 있었다"며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우리 술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양조장을 열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2010년부터 직접 술을 빚었던 그는 2015년 은퇴 후 4년간 주류 산업의 전 분야를 공부하며 어떤 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했다. 고심 끝에 진과 보드카를 포함한 증류주를 주력 제품으로 선택한 것은 여기에 더 많은 기회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막걸리 등 발효주에 비해 유통 등에서 유리했고, 세계 시장에 진출했을 때 소비자들이 느낄 진입장벽도 더 낮다고 판단했다.

쌀 기반의 술을 선택한 후로는 맛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무수히 반복했다. 고두밥(증기로 찐 밥)을 물, 누룩과 함께 발효시켜 술덧을 만들었는데, 이를 증류하는 제조법은 공정이 복잡한 데다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어 제품화에 큰 변수가 됐다. 그래서 고두밥 대신 튀긴 쌀가루를 쓰고 누룩 대신 입국(한 종류의 균만을 쌀에 접종해 배양한 것)을 사용해 가변성을 최대한 줄이는 등 공정을 단순화하고 품질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오 대표는 "일각에서 '한국 술은 한국 누룩을 써야만 한다'는 고집이 있는데, 이는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행위"라며 "술맛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념을 깨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창업 초기 인지도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기술력으로 돌파했다. 2022년 한 주류품평대회에서 쌀 소주 2종과 쌀로 만든 보드카가 대상을 타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출시된 오크통 숙성 소주 제품인 '마한오크' 시리즈는 위스키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핵심 상품이 됐다. 지난해에는 '마한오크 46'으로 우리 쌀·우리 술 K-라이스페스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다만 양조장 운영과 관련된 각종 규제는 시급한 개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전통주 산업 진흥을 위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고 지원 요건이 까다로워 탁상공론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미 혜택의 경우 소규모 양조장이 받기 어렵고, 경직된 주세 제도는 매력 있는 제품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한국 술이 다양해지고 새로워지려면 전통주의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며 "지역 특산주나 민속주의 범주에서 한국 술을 규정한다면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로부터 회사 정관을 수정할 것을 요청받았다. 양조 기술 컨설팅과 장비 개발에 대한 조항이 농업회사법인과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며 "처음에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공력만 낭비한다는 생각에 그냥 정관을 고쳤다"고 토로했다.

오 대표가 지난달 출범한 '한국술생산자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건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 800개 이상의 지역특산주 양조장과 500개 이상의 소규모 양조장이 있지만 산업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많다"며 "협회가 전통주 업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한국 술 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청주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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