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호텔 투자심리…KIC가 투자한 신라스테이, 매각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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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올해 팔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을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2년 전부터 이 건물을 팔기 위해 잠재매수자를 물색해왔다. 건물의 공정가치가 소폭 오른데다 최근 호텔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된 만큼 매각이 잘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호텔은 오피스보다 투자자들 요구수익률이 높은데다, 현재 시장에 나온 호텔 매물이 많아서 소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스테이 서대문 (사진=호텔신라)

신라스테이 서대문, 2년 전부터 매각…우협 선정 ‘아직’

16일 ‘2024 KIC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IC가 수익증권을 보유한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는 공정가치 및 장부금액이 작년 말 기준 283억6694만원으로 집계됐다.

취득원가(274억원)보다 3.5% 높으며, 1년 전인 2023년 말 기준 금액(281억4199만원) 대비 약 0.8% 오른 수치다.

이 투자신탁은 지난 2022년 말 당시만 해도 공정가치 및 장부금액이 268억1336만원으로, 취득원가(274억원)보다 2.14% 낮아 평가손실 구간에 있었다. 코로나19로 호텔 자산이 타격을 받았던 영향이다.

재고자산의 평가손실은 재고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그 하락한 가격으로 평가함으로써 나타나는 과목이다.

그러나 지난 2022년부터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호텔 업황이 개선되면서 부동산 펀드 가치가 올라 지난 2023년 말 기준 공정가치 및 장부금액부터 평가손실을 벗어났다.

신탁이 담고 있는 자산은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333번지에 위치한 호텔 신라스테이 서대문이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은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333번지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바로 앞에 있으며 경복궁, 경희궁, 인사동, 남산서울타워 등 서울 주요 관광지로 접근성이 양호하다.

이 호텔은 그랜드룸 객실을 포함해 총 319실을 갖췄다. 지하 4층~지상 27층 규모에 부대시설로 뷔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센터, 미팅룸 등을 갖추고 있다.

KIC가 수익증권을 보유한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는 초기에 KIC와 삼성증권이 투자했었다. 이후 삼성증권은 총액인수한 물량을 셀다운했다.

(자료=2024 KIC 연차보고서)

KIC는 이 신탁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위탁한 돈이 아닌 고유자산으로 투자하고 있다. KIC가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부동산은 신라스테이 서대문과, 현재 사옥으로 쓰는 ‘스테이트타워 남산’ 2곳이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을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2년 전부터 이 건물을 팔기 위해 잠재매수자를 물색해왔다. 셰어딜 형태로 펀드 지분거래를 추진해서, 기존 수익자가 지분을 팔고 나가면 새 인수자가 투자하는 구조였다.

셰어딜은 부동산 거래 방식 중 하나로, 실물 자산(건물 등)을 직접 사고파는 대신 해당 자산을 소유한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지분)을 매입하는 형태의 거래를 의미한다. 운용사는 바뀌지 않고 펀드 수익자만 달라지는 셈이다.

이 방식은 에셋딜(실물 거래)과 달리 부동산 취득세 면제나 거래 절차 간소화 등의 장점이 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23년 10월 신라스테이 서대문의 매각자문사로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JLL)을 선정하고 매각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작년 5월 매입의향서 접수를 진행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금액대가 맞지 않아서 장기간 우선협상대상자(우협)를 선정하지 못했었다. 모건스탠리가 이 건물에 투자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중 매각 자문사를 재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딜을 진행 중이다. 매각 자문사가 다시 선정된 후 입찰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며, 입찰을 진행해서 잠재매수자를 다시 정하게 된다.

작년 호텔거래 2조…수익성 개선에 코로나 이전 ‘회복’

최근 들어 호텔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된 만큼 매각이 잘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작년 서울 호텔 거래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러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객실 가동률과 평균 단가가 2019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대규모 거래가 연이어 성사된 영향이다.

연도별 서울 호텔 거래규모 추이 (자료=젠스타메이트)

국내 상업용부동산 종합 서비스기업 젠스타메이트가 발간한 ‘2024년 호텔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거래된 서울 소재 호텔은 14개 동으로 거래 규모가 약 1조9662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1년 전인 지난 2023년(4036억원) 대비 390% 증가한 수치며, 2021~2022년 거래규모인 2조원에 근접한 수치다.

성급별로는 △5성급 1조1450억원 △4성급 4324억원 △3성급 2213억원으로 집계됐다.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2282억원), 신라스테이 광화문 등 4성급 이하 호텔들도 활발히 거래됐다.

거래가격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년부터 상승세를 보인 서울 호텔 3.3㎡(평)당 거래가격은 작년 기준 2494만원을 기록했다. 객실당 거래가격은 약 4억원으로 개발 목적 거래가 활발했던 2021년(객실당 4억5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호텔 거래시장이 이처럼 회복된 것은 호텔 운영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서울 객실 가동률은 전체 성급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작년 11월 기준 5성급 75%, 4성급 81%, 3성급 86% 등 모든 성급에서 70%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직후 40%대를 기록했던 2020~2021년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객실 평균 단가(ADR) 상승도 두드러졌다. 작년 11월 기준 △5성급 34만9000원 △4성급 19만3000원 △3성급 16만2000원으로 2019년 대비 각각 52%, 65%, 85% 상승했다. 특히 3성급 호텔의 평균 단가는 전년 대비 36% 상승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작년 방한한 외래관광객 수가 1637만명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하면서 운영실적이 개선됐다”며 “한강 치맥, 배달음식, 카페 투어 등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데일리케이션’ 트렌드와 K-컬처에 대한 관심 확산으로 체류형·경험 중심의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호텔업계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도별 외래관광객 규모 추이 (자료=통계청,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센터 편집)

실제로 존스랑라살(JLL) 코리아 호텔팀이 발간한 ‘2025년 한국 호텔 투자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는 163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의 93.5%까지 회복했다.

중국 관광객 수는 작년 460만명으로 지난 2019년 수준(602만명) 대비 76.4% 수준에 그쳤지만, 미국과 대만 등 다른 국가들의 방문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다만 호텔 자산이 연이어 매물로 나와서 매물 누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매각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남대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등 서울 지역과 판교 지역 호텔들도 상당수 시장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자 중심으로 호텔 투자심리가 회복됐지만, 현재 시장 내 유동성 부족으로 매물을 모두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호텔은 오피스보다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은 만큼 구조화를 잘 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예컨대 오피스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6%라면, 호텔 투자자에게는 7% 수익률을 줘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오피스보다 투자 안정성이 낮아서 요구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자산”이라며 “보통주 수익률을 낮추고 우선주 수익률을 높이는 식으로 구조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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