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의 대표 반도체·배터리 업체들의 공급망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발트와 망간,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 수입액의 20%가량이 각국의 수출 제한 규제 영향권에 놓여서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핵심 원자재 수출규제 2026'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4년 한국의 핵심 원자재 수입액 가운데 21.8%가 수출 제한 조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OECD가 지정한 65개 핵심 원자재 수입액 가운데 수출세·수출허가·수출금지 등의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의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한국의 노출 비율은 같은 기간 세계 평균(16.0%)은 물론 주요 수입국인 일본(18.4%)보다 높다. OECD 국가 가운데서는 영국(22.7%)과 함께 최상위권이다.
실제 핵심 광물 상당수는 이미 ‘규제 시장’에 편입된 상태다. 2022~2024년 기준으로 코발트와 망간은 전 세계 수출의 약 70%, 흑연은 47%, 희토류는 45%가 수출 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았다. 이는 해당 자원의 생산이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데 따른 것이다. 코발트·리튬·니켈은 상위 3개국이 전체 생산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희토류는 90%가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희토류와 흑연의 약 70%, 게르마늄과 마그네슘의 90% 이상을 공급하며 핵심 원자재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의 배터리·반도체·전자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요 생산국이 수출 제한 수위를 높이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는 공급망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고 원자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폐배터리에서 코발트·리튬·니켈 등을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을 확대해 원자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각국 정부의 수출금융 체계를 활용해 핵심 원자재 광산과 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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