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026년 5월13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시행을 위한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은 ‘상장은 많고, 상장폐지는 적은 구조’가 지속되면서 부실기업이 누적되고, 투자자 신뢰가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승인된 개정안은 혁신기업의 진입은 원활히 하되,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하는 이른바 ‘다산다사’ 시장구조로 전환하려는 조치다. 다만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상적인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도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시총·동전주·자본잠식… 깐깐해진 퇴출 문턱과 기업의 딜레마
첫째,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된다. 코스피는 2026년 7월 1일부터 300억원, 2027년 1월 1일부터 500억원으로, 코스닥은 각각 200억원,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종전 상향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또한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넘으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던 방식은 ‘연속 45거래일’ 기준으로 강화된다. 이는 일시적 주가 띄우기를 통한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다.
긍정적으로는 실질적 규모와 유동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을 정리하고, 투자자에게 보다 명확한 위험 신호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시장 전반의 하락, 일시적 업황 부진, 기술기업의 장기 투자 국면처럼 기업의 본질가치와 단기 시가총액이 괴리되는 경우까지 퇴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자칫 경영진이 장기 성장전략보다 단기 주가 방어와 IR에 과도하게 매달릴 우려도 있다.
둘째,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요건이 신설된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동전주는 높은 변동성, 낮은 시가총액, 투기적 거래 가능성 때문에 주가조작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이 제도 도입 배경이다. 특히 최근 1년 이내 주식병합·감자를 한 회사는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후 추가 병합·감자가 제한되고, 관리종목 지정 후 10대 1을 초과하는 병합·감자도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규정된다.
단순히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만 높이는 방식은 더 이상 안전한 해법이 아니다. 다만 동전주 기준은 기업가치보다 명목 주가에 초점을 둔다는 한계가 있다. 액면가, 발행주식 수, 과거 자본정책에 따라 동일한 기업가치라도 주가 수준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도 시행 후 일부 기업이 급박하게 병합·감자, 유상증자, IR을 추진하면서 주주 희석이나 정보비대칭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셋째, 완전자본잠식 요건이 확대된다. 종전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이었지만,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요건으로 추가된다. 2026년 6월 1일 이후 반기말이 도래하는 법인부터 적용되어 2026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 심사가 이루어진다. 이는 재무위험을 연말까지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긍정적으로는 자본잠식 기업의 위험을 조기 경보하고, 투자자가 반기 단계에서 재무위험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반면 계절성이 큰 업종,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선투입하는 기업, 구조조정 중인 기업은 반기 기준만으로 계속기업성을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반기 결산 전 자본잠식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증자·채무조정·자산매각 등 자본확충 대책을 이사회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넷째, 공시위반 기준도 강화된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기준은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고,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번이라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기존 벌점은 3분의 2로 환산해 적용된다. 이는 공시를 단순 사후보고가 아니라 시장 신뢰의 핵심 인프라로 본다는 의미다.
긍정적으로는 허위·지연·누락 공시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시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상장사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자금조달, 최대주주 변경, 전환사채 발행, 소송·분쟁 등 공시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서 과실과 고의의 경계가 문제 될 수 있다. 공시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은 사후 정정보다 사전 검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파편화된 대응은 금물,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해야
이번 개정안은 상장폐지 제도의 기술적 변경이 아니다. 상장사 이사회와 준법지원조직에 ‘상장유지 컴플라이언스’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앞으로 기업은 시가총액, 주가, 자본잠식, 공시벌점을 각각 따로 관리해서는 부족하다. 재무구조, 자본정책, IR, 공시 내부통제, 불공정거래 예방을 하나의 리스크 관리체계로 묶어야 한다. 동시에 감독당국과 거래소도 형식적 기준 강화가 정상기업의 회복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실질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사업 계속성, 개선계획의 현실성,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2그룹 변호사들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주제별로 선별해 연재합니다. 한태영 변호사는 M&A, 경영권 분쟁, 컴플라이언스 분야 전문가로 2026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의 컴플라이언스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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