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임기 이틀째인 5일 코스피지수가 10개월여 만에 2800선을 탈환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쌍끌이 매수세가 유입되며 국내 증시가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환율 하락에 따른 수급 여건 개선 등이 당분간 증시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54.98포인트(1.98%) 오른 2825.82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는 전날 2.66% 강세로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한때 2%대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며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지수는 0.7% 상승 출발 후 오전 9시55분께를 기점으로 2800선을 돌파했다. 지수가 2800선을 넘어선 건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7월19일(2802.68) 이후 약 10개월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807억원과 28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1조원 넘게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거래일과 2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만 7359억원 순매도 중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 리스크 해소가 외국인의 수급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개월여 만에 1350원선으로 진입했다. 환율이 장중 1350원선을 기록한 건 지난해 10월15일(1355원90전) 이후 처음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기준으로 보면 1년 만에 한국 상장지수펀드(ETF)로 외국계(미국) 자금이 들어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와 외국인 수급 개선이란 고리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간밤 미국 증시는 보합권에서 혼조로 마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01%와 0.32% 올랐지만 다우지수는 0.22% 내렸다. 지난달 미국의 민간 고용이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가 연일 급등하며 차별화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주 삼성전자(3.46%)와 SK하이닉스(5.29%)가 동반 강세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5.09%) 기아(3.79%) 현대차(3.17%) 네이버(3.02%) LG에너지솔루션(1.73%) 등이 오르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어제의 경우 정책 기대주들이 급등하며 코스피지수를 끌어 올렸다면, 오늘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그간 소외됐던 업종이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시각 9.97포인트(1.33%) 오른 760.18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지수는 0.18% 오름세로 출발 후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3억원과 352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만 517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에코프로비엠(5.89%)과 에코프로(4%) 등 2차전지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천당제약(7.64%) 펩트론(5.28%) HLB(1.56%) 에이비엘바이오(0.52%) 등이 오르는 반면 알테오젠(-1.31%) 휴젤(-1.05%) 리가켐바이오(-0.9%) 클래시스(-0.85%) 등은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대선 기간 발표했던 정책을 실행해가는 과정과 내수 회복 여부 등은 추세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적극적인 내수 부양 의지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단기 급등한 데 따른 조정을 거치며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 3000선까지는 지금과 같이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이 실제 어떻게 구현되는지와 경기 회복 신호 등이 나타나야 불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세 유입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외국인의 수급을 바탕으로 지수의 상승세를 예상한다"며 "현재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한 환경이 전개됐던 2017년에도 외국인 순매수세가 점진적으로 확대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부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