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2]
국힘, 0시 비대위 소집… 金 자격 취소
韓, 3시20분 입당 뒤 유일 후보 등록… 10시 全당원 후보 교체 설문 조사
‘반대’ 과반에 23시17분 金 자격 복원… “北도 안 이래” “계엄 같다” 비난 폭주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도한 전례 없는 대선 후보 ‘날치기’ 강제 교체 시도는 10일 0시에 시작돼 이날 오후 11시 17분경, 23시간 17분 만에 막을 내렸다. 당 지도부는 김문수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 박탈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후보 교체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9일 오후 법원이 김 후보 측이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과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직후였다.
단일화 협상 결렬 뒤 설명 중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측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 오른쪽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인 손영택 전 총리 비서실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당 지도부는 10일 0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한 뒤 오전 3시부터 대통령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공고를 냈다. 이에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유일한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부터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오후 9시까지 계속된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오후 11시 17분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이 복원됐다. 당 지도부가 약 3주간 치른 대선 경선을 뒤집고 꼼수를 동원해 강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5·16 쿠데타급” “12·3 비상계엄과 흡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날치기 후보 교체 시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 대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기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 채널A 화면 캡처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당 지도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 당헌 74조 2항의 대선 후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공고된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 취소 공고문과 한덕수 전 총리 대선 후보 등록 공고문. 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2시 30분 당 홈페이지에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게시했고 오전 3∼4시 단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오전 3시 20분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원이 된 한 전 총리 측은 곧바로 국회 본청에 후보 등록 서류를 냈다. 대선 후보로 등록한 것은 한 전 총리가 유일했지만 당 비대위는 오전 4시 40분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0일 김문수 대선 후보 자격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입당 및 대선 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부터는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변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전화(ARS)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찬성이 과반이면 11일 열릴 전국위원회를 통해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하기 위해서였다.대선 후보 자격이 박탈된 김 후보는 낮 12시 반 서울남부지법에 당의 후보 취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문수 대선 후보 측이 10일 서울남부지법에 ‘대통령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문수 캠프 제공
당 주도의 강제 후보 교체 과정을 둘러싼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중재를 제안하면서 당원 투표 종료를 2시간 앞둔 오후 7시부터 국회에서는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측의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9일에 이어 여론조사 방식에서 또다시 대립하면서 40여 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 당내 “북한도 이렇게 안 한다” “비상계엄과 같아”
강제 후보 교체의 9분 능선을 넘어선 오후 11시경 당 지도부는 비대위를 열어 전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앞서 단일화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던 당원들은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엔 과반이 반대표를 던졌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이 즉시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 주도의 강제 후보 교체 시도를 두고 “반민주적 폭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날치기 단독 입후보”라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새벽 기습작전을 방불케 한다. 당 지도부의 만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