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비우고 수없이 쌓은 점…그 끝에 만난 ‘존재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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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있는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이 추상 미술가 권순익 작가(67)의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을 선보이고 있다.지난달 29일 개막한 전시는 작가의 대표 연작 ‘무아(無我)’와 ‘적·연(積·硏)’을 중심으로 최근 새롭게 시도한 조형적 변화를 조명한다. 전시 제목인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에는 대상을 특정 의미로 설명하거나 재현하기보다,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태도를 담았다. 권 작가의 핵심적인 작업 방식은 흑연을 바르고 문지르며 수없이 점을 쌓아 올리는 반복에 있다. 작가는 이 행위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한 집착과 겉치레를 비워내는 시간”으로 설명한다. 생각을 비워내는 과정을 거듭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마주한다는 취지다.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연작 ‘틈-적·연(積·硏)’은 “쌓고, 갈다”라는 뜻처럼 물감으로 색을 쌓아 올린 뒤 그 사이를 흑연으로 채웠다. 그림 속 ‘틈’에 대해 작가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현재의 순간, 삶이 가장 온전히 머무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무아(無我)’는 화면 위에 흑연의 점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고 문지르는 과정을 거쳐 만든 작품이다.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그림은 점차 깊이와 질서를 갖추어간다. 이번 전시엔 ‘귀얄 기법’을 활용한 최근 실험작도 함께 소개된다. 귀얄 기법은 넓은 붓으로 분청사기 겉에 백토를 바르는 장식 기술이다. 서울시립미술관 강세윤 학예 연구사는 “작가가 화폭에 흑연을 바르고 문지르기를 반복하는 과정은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비워낼 때 비로소 더 큰 존재를 마주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1일까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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