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보다 전력 검증 먼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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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연속 토론회서
서남권 클러스터 전력 인프라 검증론 제기
"6.3GW 전력 필요, 임기 내 공급 어려워…
원전 등 포함한 종합적 전력 공급체계 필요"

  • 등록 2026-07-09 오후 4:33:27

    수정 2026-07-09 오후 4:33:27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입지가 전력을 찾는 게 아니라, 전력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입지를 먼저 정한 뒤 기반시설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를 먼저 따진 뒤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김경기 대구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민의힘 반도체·인공지능(AI) 첨단산업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반도체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연속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력 없이는 반도체도 없다’를 주제로 발제한 김 교수는 “이번 발표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학적 관점에서 입지가 제대로 검증됐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 전력·용수·인력 등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입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의 필수 조건으로 전력과 용수, 인력을 제시하며 이 가운데 전력이 가장 먼저 검증돼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팹은 24시간 무정전 전력을 전제로 운영되는 만큼 전력 공급 능력은 사후 보완이 어려운 핵심 인프라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려면 상시 무정전 전력 6.3기가와트(GW)가 필요하며, 이는 1.4GW급 대형 원전 4.5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서남권 클러스터뿐 아니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협력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력 수요는 훨씬 커질 것”이라며 “임기 내 공급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의 한계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호남 지역의 태양광과 해상풍력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곧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과 해상풍력은 출력 변동성이 큰 만큼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상시·무정전 전력을 확보하려면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 송전망 확충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전력 공급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반도체 공장은 평균적인 상황이 아니라 최악의 조건에서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며 “800조원 규모 국가 프로젝트일수록 공학적 검증을 선행한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서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입지 선정 절차와 전력 인프라 구축, 정부 지원 방안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김형탁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속도전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다른 대안이 충분히 검토됐는지, 기업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산업계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한국전력 계통기획처 실장은 반도체 산업의 전력 공급은 특정 지역의 발전량보다 국가 전력계통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전국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운영된다”며 “발전소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보다 안정적인 송전망과 계통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를 대표해 토론에 참석한 안홍상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장은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특정 지역 개발이 아닌 전국 단위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안 과장은 “용인을 제1 생산거점, 서남권을 제2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충청권에는 후공정과 패키징, 대경권과 동남권에는 소재·부품·장비와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집중 지원해 전국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남권을 포함한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을 적기에 공급하고, 클러스터 지정과 특별회계, 특구 제도 등을 통해 인프라와 인력 양성, 정주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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