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쉽게 말해 석유 빼고 모든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만큼 전 산업군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중동, 그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박동혁 UAE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한국지사장이 전한 말이다. ADIO는 UAE 수도 아부다비 정부 산하의 기관이다. UAE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경제 다각화’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이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ADIO 한국지사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2021년 설립됐다.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과 첨단기술이 즐비한 한국 시장에서 우선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ADIO는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에 지사를 설립했고, 올해부터는 싱가포르, 일본에도 지사를 차렸다. 이데일리는 국내에서 기업들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게 아부다비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 박동혁 ADIO 한국지사장을 만나 UAE의 글로벌 기업 유치·투자 전략과 현지 진출의 이점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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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한국지사장.[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아부다비는 UAE에 속해있지만,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등 관광 산업으로 인지도가 높은 두바이와 달리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도시다. 그러나 실질적인 UAE의 영향력은 아부다비에서 나오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UAE 내에서 입지는 높다. 이는 아부다비가 석유 산업을 필두로 UAE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책임지고 있는 자본이 풍부한 도시어서다. 아부다비의 면적은 서울의 약 1.5배에 달하지만, 자국민이 150만명에 불과하다. 즉, 외국인이 인구수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글로벌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박 지사장이 UAE 수도 아부다비가 “안정적인 경제·정치 환경을 지닌 곳”이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며 직접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 대상 프로그램들이 많아 우리나라 기업들이 현지에서 성장할 만한 포인트가 많다”며 “특히 외국인이 현지에 기업을 설립하면 100% 본인이 소유할 수 있고, 법인세는 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게 강점”이라고 했다.
박 지사장에 따르면 아부다비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일단 현지 정부가 글로벌 테크 기업, LP, 투자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허브71(HUB71)’이 대표적이다. 허브71은 아부다비 정부 산하 기관으로 기후기술, 딥테크, 헬스케어, 디지털 에셋 등 다양한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이 아부다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외에도 그는 아부다비가 모든 산업에 열려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도시라고 강조했다. UAE가 경제 다각화 정책을 펼치면서 쉽게 말해 석유 빼고 모든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만큼 다양한 섹터에 속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기후테크 △디지털 에셋 △디지털트윈 △관광·숙박 등 각양각색의 국내 스타트업이 최근 현지에 진출해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각종 프로젝트 수주를 맡았다.
외국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보장된다는 점도 이점이다. 현지 국부펀드들은 글로벌 유망 기업과 첨단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아웃바운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례로 UAE 3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는 해외 투자를 대폭 늘렸다. 재작년 175억달러(약 25조 6446억원)이었던 투자 규모가 지난해 292억달러(약 42조 7897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는 “투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국부펀드의 투자는 국가 경제 성장에 얼마나 도움되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전했다. 따라서 UAE 국부펀드들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주목하는 섹터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헬스케어, 디지털 에셋 등에 집중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에는 AI 반도체 분야를 위한 데이터 센터와 에너지 공급망 구축 등 인프라 영역에 투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ADIO 한국사무소 역시 이 분야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을 현지에 연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
이 밖에도 UAE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장려하고 있는 만큼 ADIO 한국사무소 역시 올해 패밀리 오피스, 고액자산가 유치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아부다비는 고액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절세 혜택을 제공한다”며 “이들이 UAE에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 신산업이 즐비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대다수 유입된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지 진출에 있어서 유념해야할 사항은 뭘까. 그가 꼽은 애로사항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그는 지역적 특색과 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현지 네트워크도 현지 정착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로 꼽혔다.
ADIO는 아부다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 특히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연결해주며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UAE가 국가 차원에서 많은 프로젝트나 지원을 주도하는 만큼 우리 역시 관련 규제나 정책을 만드는 정부기관을 연결해주고 있다”며 “이 밖에도 ADIO가 운영하는 금융·비금융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 기업이 아부다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