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별세했다. 향년 100세.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투병해온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의 자택에서 영면했다.
이날 연준은 그린스펀 전 의장에 대해 '1980년대 후반부터 20년 가까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면서 그의 별세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연준은 보도자료를 통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별세 소식을 깊은 슬픔을 안고 접했다"면서 "통화 정책과 경제 이론에 기여한 그의 업적은 연준은 물론 경제 전반과 미국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상당한 경제 확장기뿐만 아니라 심각한 위기를 겪던 시기에도 연준을 이끌었다"면서 그의 재임 중 연준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물가 안정의 시대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9년간 연준 수장으로 재직하며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1951∼1970년 재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긴 임기를 소화한 연준 의장에 이름을 올렸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권 등 미국 4대 정권에 걸쳐 미국 중앙은행(연준)을 이끈 그린스펀은 빛과 그림자를 모두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지속적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이끄는 동안 고인은 '마에스트로' 등의 별명으로 칭송받았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했고, 심지어 그가 연준 회의장에 서류로 가득 찬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은 정책 변화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설'이 퍼지면서 '서류 가방 지표(Briefcase Indicator)'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연준 의장 재임 시절 열정적인 업무 태도로도 유명했다. 그린스펀은 경제의 방향성을 파악하기 위해 월별 화물차 적재량부터 철강 생산량에 이르기까지 경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하길 즐겼고, 종종 다른 정부 기관의 경제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세부 사항을 논의하곤 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고인이 연준을 떠난 지 2년 후인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린스펀 본인도 나중에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체의 기반을 이루는 미국 은행들이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고 AP는 전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그린스펀은 어려서부터 수학 신동 소리를 들었고, 한때 줄리어드 음악원에 다녔을 정도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뉴욕대에서 경제학전공으로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마쳤고 30년 가까이 경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준 수장으로 발탁됐다.
유가족으로는 유명 언론인인 부인 안드레아 미첼 여사가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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