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주주제안이 전년 대비 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소액주주 권리 보장 요구가 증가한 데다, 주요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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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조원들과 관계자들이 주총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일 법무법인 율촌이 작성한 ‘2025년 정기주주총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 안건수는 217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88.7% 증가했다. 지난 2023년 안건수와 비교해도 48.6% 늘었다.
올해 주주제안 안건 유형을 보면 △이사 및 감사, 감사위원 선임 134건 △정관변경 42건 △주주환원 24건 △임원보수 3건 △기타 14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정관변경’과 ‘이사 및 감사,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각각 전년 대비 110%, 113% 증가하며 두각을 보였다.
올해 주주제안 안건이 늘어난 것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소액주주권리 보장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액주주 연대를 지원하는 주주활동 플랫폼과 의결권 권한을 위임받는 임치기관의 등장이 주주제안 증가의 핵심 동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코텍(039200)의 경우 소액주주연대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해 관련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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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법인 율촌 |
친족 간 경영권 분쟁이 증가한 것도 올해 주주제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배주주 지분율이 낮으면서도, 특수관계인과 2대 주주 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제안 안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아연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달리 올해 주주환원과 관련한 주주제안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간 주주환원 관련 주주제안이 가결된 경우가 거의 없던 점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율촌 측은 주주안건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상장사들이 △소액주주와 소통 채널 강화 △선제적 지배구조 개선 △주주제안 대응 매뉴얼 개발 △이사회 구성 다양성 강화 △밸류업 정책 투명성 제고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