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가 2026년 7월 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8년 1월부터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용 모든 신작 게임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신작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와 리테일러를 통한 디지털 형식으로만 판매될 예정입니다. 다만 소니는 2028년 1월 이전에 출시됐거나, 그 전에 디스크 출시가 예정된 작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을 더했습니다.
2028년 디스크 생산 종료를 선언한 플레이스테이션 (출처=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
소니의 이번 발표에 게이머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충격에 빠진 모습입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유통 방식 변화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패키지 게임은 오랫동안 이용자가 게임을 ‘소유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이었습니다. 디지털 유통 시대에도 말이죠. 디스크를 사고, 빌려주고, 되팔고, 보관하다 다시 꺼내 즐기는 경험은 플랫폼 바깥에서도 패키지 게임이 아니면 전해줄 수 없는 감각입니다.
콘솔 시장을 대표하는 플레이스테이션에서 2028년 이후 신작의 물리적 매개가 사라진다는 것은, 게임이 물건에서 계정에 귀속된 접근 권한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공식화한 사건에 가까워 보입니다. 엑스박스 진영도 디지털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PC 게임은 스팀이 자리 잡으면서 패키지는 정말 껍데기만 남아 있기도 하고요.
물론 현재 게임 시장은 이미 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니의 2025 회계연도 전체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디지털 다운로드 비중이 약 80%에 달합니다. 또 소니는 PS5 출시 당시부터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는 디지털 에디션을 함께 내놨죠. 소니의 이번 결정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매출 구조상 주류가 된 디지털 판매를 하드웨어와 유통 정책 차원에서 확정한 조치로 보입니다. 중고 거래 등도 불가능해지는 만큼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디지털 판매가 이득이 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구매와 소니와 같은 플랫폼의 약관이 규정하는 권리 사이의 간극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소프트웨어 이용약관은 소프트웨어가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스팀 역시 구독자 약관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가 부여되며, 이용자에게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게임을 샀다고 느끼지만, 법적 구조상으로는 일정 조건 아래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받은 셈이죠. 당연히 서브라이선스 등도 불가합니다.
서버 종료로 게임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하는 더 크루 (제공 = 유비소프트)
이용자가 게임이나 콘텐츠를 직접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다양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는 2026년 9월 1일부터 라이선스 계약 문제로 영국 이용자의 라이브러리에서 스튜디오카날의 영화와 TV 콘텐츠를 제거하고, 이전에 구매한 콘텐츠도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지난 2023년 디스커버리 콘텐츠도 같은 이유로 제거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계약이 갱신되며 철회된 바 있죠. 두 사례 모두 디지털 구매물이 플랫폼과 권리자 간 계약에 따라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그리고 게임에서는 서버 종료가 더 직접적인 문제로 작용합니다. 유비소프트는 레이싱 게임 ‘더 크루’의 서버를 종료한 이후 구매자도 플레이할 수 없게 했습니다. 심지어 패키지를 가지고 있어도 게임을 실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죠. 이에 프랑스 소비자단체가 유비소프트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특히 ‘더 크루’ 서버 종료 사태는 유럽에서 게임을 죽이지 말라는 ‘Stop Killing Games’ 움직임을 불러일으켰고, 1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으며 게임 서비스 종료를 소비자 권리 문제로 끌어올렸습니다.
다시 돌아와 싸우겠다 밝힌 스탑 킬링 게임 (출처=스탑킬링게임 홈페이지)
하지만 아쉽게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게임 서비스 종료 후에도 계속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의무를 현재 단계에서 제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업계와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자율 행동강령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죠. 또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온라인 게임 종료 시 사전 고지와 플레이 지속 방안을 요구하는 게임보호법인 ‘Protect Our Games Act’가 추진됐지만, 최근 주 상원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패키지 소멸은 중고 거래와 수집 문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디스크가 사라지면 이용자는 게임을 되팔거나 빌려주기 어렵고, 시간이 지난 뒤 중고 시장이나 게임 판매점 등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선택지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유통이 오직 디지털 플랫폼에만 집중되기 때문이죠.
패키지 종말의 시대가 다가 오고 있다. GTA 6도 디스크 업이 유통된다. 제공=락스타게임즈
게임 보존 문제도 남습니다. 비디오 게임 역사 재단은 2023년 연구에서 미국에서 출시된 고전 게임의 87%가 현재 상업적으로 유통되지 않거나 접근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패키지 시대에는 단종된 게임이라도 중고 시장, 개인 소장품, 도서관이나 박물관 아카이브를 통해 다시 접근할 여지가 있었지만, 디지털 중심의 시대에는 이마저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유의 종말이 다가오는 패키지 게임 시대, 이용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일 소니의 발표 이후 관련 게시물이 1억4500만 회 이상 조회되고, 9만 개 이상의 답글 중 상당수가 부정적이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패키지를 없애지 말아달라는 청원에도 5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렸습니다. 무언가를 소유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게임마저도 소유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는 사실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더 씁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