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술-논술형 도입? 학교 수업 먼저 글쓰기 위주로 바꿔야[기고/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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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 학생들이 정답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서술·논술형으로 바꾸는 데 동의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좋은 교육 방법이 곧바로 좋은 국가선발시험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 서술·논술형 도입에 앞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인공지능(AI)이 채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시험을 만들 것인가’이다. 구체적인 모형 없이 찬반을 묻는다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험을 떠올리며 논쟁하게 된다. 현재의 시험 시간을 유지한 채 서술·논술형 문항만 추가한다면, 학생에게 충분히 생각하고 논리를 구성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시험은 창의적 사고보다 미리 익힌 답안의 틀을 얼마나 빠르게 재현하는지 평가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사고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시험 기간을 늘린다면 문제는 훨씬 커진다. 시험장과 감독관을 추가 확보하고 출제와 보안, 답안 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며, 수십만 명의 답안을 평가할 채점자도 확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AI가 이 과정 일부를 도울 순 있어도 독창적인 답안 판단, 이의 제기에 대한 책임 소재, 복수 채점과 재채점 운영 등의 제도 마련 없이는 평가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서술·논술형의 핵심 과제는 다양한 사고를 인정하면서도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채점 기준을 지나치게 고정하면 모범답안 암기를 부추기고, 해석의 여지를 넓히면 점수에 대한 납득과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더라도 선호도 높은 대학의 선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이 면접과 논술 등 자체 평가를 확대한다면 학생은 여러 대학의 서로 다른 기준을 준비해야 하고, 학교가 이를 지원하지 못하면 사교육 의존이 더 커질 수 있다. 초중학교에서 누적된 학습 결손을 안고 올라온 학생들은 시험 형식이 바뀐다고 문장 구성 역량이 높아지지 않는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평가부터 바꾸면 기존의 교육 격차가 새로운 점수 차이로 옮겨갈 수 있다. 따라서 개혁의 순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읽기와 쓰기, 토론 등을 가르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집중 지원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글을 읽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학급 규모와 수업 시간, 행정업무 변화도 함께 검토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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