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신체 나이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것 외에도 매일 영양보조제 111개를 복용하고 두피에 붉은 빛을 쏘는 모자를 착용하는 등 독특한 건강 관리 활동을 한다. 그는 하루 3번 식사를 하는데 그 3번의 식사를 모두 오전 11시 30분 이전에 끝마친다. 또 그는 패스트푸드, 술, 담배 등 건강에 해가 되는 활동을 금하고 있다. 그 결과, 그는 건강 관련 종합임상지표에서 46세 기준 상위 1% 수준을 나타냈다.
그런데 과연 존슨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존슨은 한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싫어할 만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저녁 식사조차도 오전에 끝내고, 오후 8시 30분에 항상 혼자 잠자리에 들며, 다른 사람들과는 일상적인 대화도 하지 않는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연인을 자신의 삶에서 최우선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존슨의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건강심리학적인 관점은 존슨이 기대하는 것과는 꽤 차이가 있다. 기대수명은 태어난 시점 또는 특정 시점에서 어느 인구 집단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평균수명을 말한다. 1850년에 인류의 기대수명은 약 29세였으나 2021년에는 약 71세가 돼 약 2.4배 늘어났다. 단순 비례식으로 계산할 경우 앞으로 250년이 지나면 기대수명이 71세의 2.4배인 170세가 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비현실적인 계산법이다.20세기 이전에 인간의 기대수명이 40세를 넘지 못했던 이유는 기아, 전쟁, 전염병 등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도 인간의 자연수명까지 살아남았던 사람은 꽤 많았다. 14세기에 출생했던 조선의 재상 황희는 89세, 그리고 17세기에 출생했던 영조는 81세까지 살았다. 자연수명은 사고, 질병, 전쟁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최적의 조건하에서 특정 종에 대해 기대되는 평균수명을 말한다.
지금까지 과학의 발전은 인류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수명에 가깝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왔을 뿐, 자연수명 그 자체를 늘리지는 못했다.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다면, 21세기 이후로 지난 약 20년간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간의 수명이 과거처럼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건강 문제에 관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바로 ‘건강수명’ 문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 중 질병에 걸린 기간을 제외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이 길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250년간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과학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면, 앞으로는 사회적인 역량을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행복한 삶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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