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AI 기능' 신기하긴 한데, 돈 내고 쓴다고?…"글쎄"

5 days ago 5

씨넷, 스마트폰 사용자 2129명 조사
10명 중 3명 "AI 기능 도움되지 않아"
국내 매장서도 "AI, 구매 요인 아냐"
갤럭시 AI 등 일부 유료화 가능성도
소비자들, 추가 비용 부담 의향 없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직까진 고객들이 AI(인공지능) 기능을 비교하면서 스마트폰을 고르거나 구매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계실 때 저희가 옆에서 부가기능을 설명드릴 때 AI 기능을 강조하긴 하지만 구매를 결심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엔 아직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중심부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AI 기능이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구매 요인이 되고 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또는 폴더블폰과 바(Bar) 형태 스마트폰 등 브랜드와 폼팩터(형태)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며 카메라 성능·편의성·가격·디자인 등 전통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10명 중 1명만 "AI 때문에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최근 AI 기능이 스마트폰 구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씨넷이 지난달 13~15일(현지시간) 18세 이상 성인 2129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가운데 11%만 "AI 기능 때문에 기기 업그레이드를 선택한다"고 답했다. 씨넷이 지난해 같은 취지로 진행했던 조사 결과보다 7%포인트 감소했다.

'AI 기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5%에서 29%로 4%포인트 증가했다.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 AI 기능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새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가격을 최우선으로 꼽은 응답자는 6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긴 배터리 수명' 54%, '더 많은 저장공간' 39%, '카메라 성능' 30% 순이었다.

물론 14%는 AI 기능이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이들은 더 많은 AI 기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MZ세대가 스마트폰으로 AI 기능을 사용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AI 기능, 흥미 위주 그쳐…고도화로 효용 높여야"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사용환경이나 인식은 국내와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AI 기능이 구매 심리를 좌우할 정도의 요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려면 더 고도화된 기능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흥미 위주의 기능에서 벗어나 일상 전반을 보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AI 기능의 효용도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AI 분야 전문가는 "애플은 AI 기반의 개인화된 시리를 선보인다고 했지만 아직 기대 이하의 AI 기능으로 소송에 걸린 상태이고 삼성을 보더라도 AI 기능이 작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신기하고 흥미로운 정도를 뛰어넘을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AI 사용 방식과 소비자 니즈를 포착해 효용을 느낄 수 있는 AI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갤럭시 AI 올해까지 무료"…소비자들은 '시큰둥'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AI 기능의 필요성을 느껴야 주요 제조사들이 예고한 '유료화'도 안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 기능은 지원되는 삼성 갤럭시 기기에서 2025년까지 무료로 제공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후엔 유료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애플도 추후 AI 기능의 유료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씨넷 조사에선 응답자 중 50%가 스마트폰 AI 기능에 대해 '월 구독료'와 같은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조사보다 5%포인트 더 늘었다. AI 기능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이 기간 6%에서 3%로 쪼그라들었다.

스마트폰 AI 기능으로 텍스트를 요약·작성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고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한다는 답변도 8%에 불과했다. AI 사진 편집 기능을 활용하는 응답자도 7%뿐이었다. 20%는 '스마트폰 AI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른다'고 털어놨다.

제조사 간 'AI 경쟁' 가열…삼성, 애플 향해 조롱도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AI 기능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통해 '갤럭시 AI' 기능을 선보이고 있고 중급형 모델엔 '어썸 인텔리전스'로 AI 경험을 제공한다. 애플도 아이폰15 시리즈부터 애플 인텔리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보급형으로 꼽히는 아이폰16e 등에 일부 AI 기능을 탑재했다.

AI 경쟁에선 애플이 다소 뒤처지고 있다. 애플은 최근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통화·메시지 실시간 번역과 캡처된 화면 속 제품을 검색하는 AI 기능을 선보였는데 모두 삼성전자와 구글이 이미 선보인 기술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애플의 WWDC 발표 내용을 겨냥한 듯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앱? 플로팅 바? 세련된 유리 UI? 왠지 익숙하네요", "실시간 번역이 처음이신가요? 환영합니다! 저희는 꽤 오래전부터 텍스트와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왔습니다"라는 등의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씨넷은 이번 조사 결과가 "AI는 거의 모든 새로운 스마트폰의 필수 요소가 됐지만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AI에 대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낙관적 접근 방식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우려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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