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상한 철폐에 ‘혜택 전쟁’ 예고… 소비자 선택 폭 확대
통신시장 규제 완화 속 허위계약·과다요금 유도 우려도 공존
이동통신시장의 가장 강력한 규제 장치였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 폐지로 이통사 간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당국은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통신시장 혼란 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 국민 호갱 만들었다”… 단통법, 폐지 수순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단통법이 폐지된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됐다. 이동통신회사의 지원금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대리·판매점의 추가 지원금 상한을 이통사 공시 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단통법은 이통사 가격 경쟁을 위축시켜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든 법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통사들은 지원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단통법이 가로막으면서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가가 올라갔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조금 상한 폐지…‘공시 의무’도 사라진다
이에 국회는 단통법 폐지 논의와 법적 정비를 거쳐 올해 초 단통법 폐지를 공포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이통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이통사는 앞으로 공통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리·판매점은 자체적으로 추가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다. 일부 구형 모델은 휴대전화 가격을 초과하는 지원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불법이었던 페이백도 허용된다.
선택약정·페이백 가능…“혜택도, 책임도 커졌다”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대신 통신비 할인(월 최대 25%)이 적용되는 선택약정에 가입해도 된다. 기존에는 선택약정을 선택할 경우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중복 수령이 가능해진다. 소비자는 발품을 팔아 가격 조건을 비교한 뒤 가장 유리한 금액에 휴대 전화를 구매하면 된다.
다만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대리·판매점은 지원금 지급 주체 및 방식, 요금제·부가서비스 이용 기간 조건, 인터넷·TV 결합 조건 등 세부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에 양성화해야 한다. 이때 구두와 다른 내용을 기입하면 안 된다.
요금제 변경 시 차액 정산 위약금이 발생하는 부분도 숙고해야 한다.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게 만들어 결국은 추가 지원금 이상의 통신비를 납부하게 만들거나, 페이백을 약속하고 어기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휴대 전화보다 훨씬 고가인 아파트도 미분양되면 건설사들이 싸게 판다”며 “휴대 전화만 모든 고객이 동일한 가격에 사야 한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점검 조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이통사에 불완전판매 방지, 신규 계약서 양식 사용, 부당 차별 금지, 유통망 불법·편법 영업행위 관리·감독 강화 등을 주문했다. 또 방통위와 이통사로 구성된 단통법 폐지 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을 지속하고 유통망 현장 점검과 모니터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통신시장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휴대 전화 구매가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지원금은 휴대 전화 제조사와 이통사가 함께 조성한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단말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확대할 유인이 없어 단통법 폐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