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허용에 월급 오르자 … 군장병 온라인도박·빚투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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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허용에 월급 오르자 … 군장병 온라인도박·빚투 노출

입력 : 2026.06.26 17:29

군장병 한해 1천명 채무조정
입대전 가족부양·의료비로
카드론·신용대출 받은 경우
불어난 이자 감당 못하기도
단순한 개인 금융문제 넘어
국가안보에도 부정적 요인
"청년문제 구조적 연장선"

사진설명

#육군 일병 A씨(21)는 입대 후 받은 월급으로 가장자산 투자를 시작했지만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A씨는 과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수십만 원이었던 베팅 규모가 점차 커졌고, 결국 수백만 원의 빚을 떠안았다. 군 복무 중에는 추가 대출도 쉽지 않아 결국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상병 B씨(24)는 전세사기 피해를 당해 막대한 빚을 떠안은 채 입대했다. 입대 전에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번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썼지만 군 복무가 시작되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전세자금 대출금 1억100만원과 미납 통신비 50만원을 안고 있던 B씨는 결국 채무조정을 택했다.

◆軍까지 따라온 빚의 수렁

군 복무 중 막대한 빚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채무조정에 나서는 장병들은 다양한 유형의 채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1000명 안팎의 장병이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생활비 부담이 커졌거나 온라인 도박, 빚투(빚내서 투자) 등에 빠졌다가 평균 5000만원대 빚을 안고 채무조정을 신청한다. 특히 입대 전이나 복무 중 진 빚은 다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군 복무 기간엔 상환하는 게 더 어려워져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가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신용회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군 복무자들이 채무조정을 신청한 이유로는 생계비 부족, 소득 감소, 질병·사고 등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채무가 감당할 수 없게 불어난 경우가 많았다. 이 밖에 사기 피해를 당했거나 투자 실패 등 사유도 있었다. 여기서 군 복무자는 현역병과 상근예비역, 사회복무요원, 직업군인을 모두 포함한다.

군에서 가장 빚에 취약한 계층은 입대 전부터 가족 부양이나 긴급 의료비 등을 위해 카드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았거나 사기 피해 등으로 채무를 안고 입대한 장병들이다. 의무복무기간 중 별도 추가 소득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불어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신복위의 설명이다.

직업군인은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군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재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곤한다. 소비와 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과도한 채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결혼과 육아를 준비해야 하는 20·30대 초급간부 중에선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직업군인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임금 상승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군 관계자는 "올해 하사 1호봉 기본급이 213만3000원으로 인상됐지만 주거비와 식비, 차량 유지비 부담이 커진 데다 근무지도 자주 이동하는 탓에 체감 생활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빚투에 고금리 대출 악순환

최근에는 주식이나 가상자산(코인)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댔다가 월급을 탕진하고 빚을 내는 군 장병도 늘고 있다. 과거보다 병사 월급이 오른 데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도박과 금융사기, 고금리 대출에 쉽게 노출돼서다. 실제 육군에서 장병 생활지도를 담당했던 한 군 간부는 "병사들이 목돈을 쥐게 되면서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이를 만회하려고 온라인 도박까지 하는 사례가 현장에서 꾸준히 확인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장병 중에선 실제 원인이 도박인데도 생활비 때문에 빚을 졌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역병과 직업군인의 채무조정이 계속 늘어나면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군 기강 해이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군 장병들 빚이 평균 5000만원대까지 불어나는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병사 월급 인상만으로는 군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병들이 복무기간에 온라인 도박·불법 사금융에 빠지지 않고 저축 등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군 복무 중 빚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상당한 채무를 안고 입대하는 청년이 많다는 점"이라며 "최근 청년층은 생활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장병 채무 문제 역시 군 내부 문제가 아니라 청년 부채라는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란 기자 / 권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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