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에 치이고 OTT에 밀려…통신 공룡 '멸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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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업계가 이중고에 빠졌다. 성장세가 둔화한 통신업을 보완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본업에서마저 스타링크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밀리고 있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지 못하면 통신업 자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실패로 끝난 ‘미디어 부업’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통신 기업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과 스카이를 분사해 순수 미디어 회사로 독립시킨다고 보도했다. 컴캐스트에는 광대역, 무선통신, 케이블TV 사업만 남는다. 성장성이 낮은 자산을 통신 사업에서 떼어내 향후 매각하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스타링크에 치이고 OTT에 밀려…통신 공룡 '멸종 위기'

컴캐스트 미디어 사업은 오랫동안 부진을 겪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저렴하고 편리한 시청 방식을 제공하는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에 밀렸기 때문이다. 컴캐스트는 올해 초 MSNBC, CNBC 등 성장성이 떨어진 케이블 채널을 별도 회사로 분리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통신업계가 20여 년간 추진한 ‘통신+미디어’ 전략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통신 기업 AT&T와 버라이즌 등도 콘텐츠 대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AT&T는 2018년 워너미디어를 사들였지만 2022년 결국 분사했고 버라이즌도 AOL, 야후 등을 인수했으나 2021년 두 회사를 헐값에 매각했다.

2000년을 전후해 통신사들은 통신업의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해 미디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오랜 기간 정체된 데 따른 것이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이동통신망을 쥐었다는 강점을 살려 미디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왔지만 OTT에 밀려 관련 신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 본업은 스타링크에 잠식

통신사들의 본업인 통신 사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세계 통신 서비스 매출은 2024년 1조1500억달러에서 2029년 약 1조3200억달러로 연평균 2.8%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0~2024년 연평균 증가율인 3.6%가 더욱 둔화되는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X 자회사인 위성 인터넷 기업 스타링크가 통신사들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스타링크가 2020년 12월 미국 소비자 서비스를 시작한 뒤 미국 광대역 사업자인 휴스네트워크시스템스는 고객을 57% 잃었다.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모바일 서비스를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며, 미국 내 자체 지상 모바일 네트워크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기존 통신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버라이즌, AT&T 등 기존 통신 업체는 스타링크와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신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버라이즌은 영국 BT그룹과 합작회사를 세워 해외 통신을 맡기고, 본사는 각자 미국과 영국 내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영국 보다폰 역시 지난해 5월 스리UK와 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세계 통신사 임원 1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M&A를 전략 우선순위로 꼽았다.

인공지능(AI) 붐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도 시작됐다. 지난해 버라이즌은 AI 사업 브랜드 ‘AI 커넥트’를 출범시켰다. 미국 전역에 깔아놓은 광섬유망과 데이터센터를 구글, 메타 등에 빌려주는 사업이다. AT&T 역시 지난해 12월 광섬유와 5세대(5G) 이동통신을 통합하는 ‘AI-레디(AI-ready)’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니테시 싱 액센추어 디렉터는 “통신업계는 스스로를 재발명해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영역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며 “전통적 통신 사업 방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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