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NCT 도영이 두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열고 1만8000명의 팬과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무대에 선 도영과 객석을 꽉 채운 시즈니(NCT 공식 팬덤명)는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화음을 쌓으며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도영은 지난 13~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 '도어스(Doors)'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아이돌 그룹으로는 물론, 'K팝 보컬리스트'로 한발 더 나아간 도영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은 '기억의 문'을 여는 순간 마주하는 감정과 추억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구성됐다. 꿈속을 거닐며 만나는 기억을 담은 VCR과 각 섹션의 무대가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거대한 스크린에 문을 연상케 하는 네모난 모양이 그려졌고, 그 안에서 도영이 등장하자 장내는 뜨거운 환호로 가득 찼다.
'깊은 잠'으로 포문을 연 도영은 '댈러스 러브 필드(Dallas Love Field)', '나의 바다에게', '반딧불'까지 잇달아 부르며 단숨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시작부터 시원한 고음이 쭉 뻗어나가 쾌감을 안겼다. 청량한 밴드 사운드에 맑고 단단한 도영 표 보컬이 얹혔고, 여기에 화려한 콘페티까지 여러 차례 터지자 공연장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간'이 됐다. '반딧불'을 부를 땐 팬들의 떼창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오프닝 후 도영은 "응원법·떼창을 해줄 때 기분이 너무 좋다"며 "이번 공연은 도영과 시즈니의 콘서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여러분이 노래를 많이 불러야 한다. 큰 화면에 가사도 크게 띄웠다. 가사가 나온다 싶으면 그냥 부르면 된다"며 콘서트 내내 이어질 팬들과의 교감을 강조했다.
흥이 오른 도영은 쩌렁쩌렁한 밴드 연주에 힘찬 추임새를 넣으며 '로스트 인 캘리포니아(Lost In California)', '샌드박스(Sand Box)'까지 불렀다. NCT의 메인보컬로 '보컬 총사령관'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는 파워풀한 가창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솔로 도영'의 능력치는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는 말로만 치환되지는 않는다. 도영은 솔로 활동에 나서며 밴드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밴드 기반 위에서 매력이 도드라졌던 보컬은 발라드에서도 빛을 발했다. '온기', '끝에서 다시', '동경', '고요' 등을 부를 땐 곡의 화자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으로 가사를 섬세하게 뱉어냈다. 관객들이 숨죽여 감상해야 할 정도의 강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일부 곡을 재즈 편곡으로 선보여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베이스, 첼로, 기타, 피아노, 드럼 구성으로 '내가 됐으면 해',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를 재즈풍으로 소화했다. NCT 127 '우산'에 이어 유닛 도재정 '퍼퓸(Perfume)'이 나올 땐 스윙 재즈로까지 발전되는 흥겨운 선율이 몸을 들썩이게 했다. 여기에 도영은 피아노 연주자와 나란히 앉아 함께 건반을 연주하는 센스 있는 퍼포먼스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강렬한 여운에 팬들은 "김도영"이라며 이름을 연호했다.
도영은 "오늘 갑자기 왜 연호가 나오는 거냐. 무대가 괜찮았나 보다"라며 웃었다. 이어 "두 번째 콘서트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했다. 고민이 많았던 재즈 메들리였다"며 "저도 NCT인지라 '이번 공연에 춤추나?'라고 기대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았는데, 2집이 딱히 춤을 출 곡이 없어서 아예 만들었다"고 밝혔다.
마크·태연과 불렀던 '타임머신'은 도영과 시즈니의 목소리로 색다르게 변신했고, 앞서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에서 선공개했던 신곡 '쏟아져오는 바람처럼 눈부시게 너란 빛이 비추더라'는 팬들의 코러스와 함께 소름 돋는 하모니가 구현됐다.
록 무대에서는 떼창이, 발라드 무대에서는 감동의 박수가, 재즈 메들리에서는 흥겨운 환호가 나왔다. 보컬리스트 도영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시선을 끄는 무대 연출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시리도록 눈부신'을 부를 땐 리프트를 타고 무대 중앙부로 높게 올라간 도영을 중심으로 조명과 레이저 효과를 줘 마치 거대한 하나의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듯한 장면을 구현해냈다. '자전거' 무대에서는 도영이 와이어에 매달린 자전거를 타고 객석 위를 누볐다. 객석 3층 관객들에게도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연출이었다. 도영은 "3층 관객들을 위한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갈 방법이 무엇일까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연을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도영의 미소였다. 팬들의 목소리에 도영은 연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팬들의 떼창을 시원한 바람 삼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표정으로 표현한다면, 무대 위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도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도영은 늘 자신을 "노래하는 도영"이라고 소개한다. 이날 역시 같은 인사를 건넸는데, 공연 말미에 이르러서는 뜨거운 환호와 떼창을 보내주는 팬들이 있기에 비로소 '노래하는 도영'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극한 팬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도영은 3일 내내 팬들을 위해 클로버 모양의 초록색 방석을 선물했다.
공연을 마친 후 도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문의 소감을 전했다. 그는 "노래하는 것이 좋고, 많은 분들에게 박수받고, 노래를 불러 환호를 받는 게 너무 좋아 언제 올지 모르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연을 보러 와주신, 그리고 정말 진심을 다해서 제 노래를 사랑해 주는 분들이 있다면 제 노래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께 사랑받지 않더라도, 그 사랑의 크기는 어떤 것보다 더 크고 선명하기에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며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해준 팬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이 보내주는 사랑의 총량 덕분에 제가 채워진다"고 진심을 담은 고백을 전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도영은 7월 12~13일 요코하마, 7월 16일 싱가포르, 8월 16일 마카오, 8월 23~24일 고베, 9월 13일 방콕, 9월 20일 타이베이 등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이후 10월 10~11일에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연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