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15분씩 소리내 읽자 ‘토지’ 속 사람들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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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 복잡한 인물 관계-낯선 사투리… 직접 낭독하며 자연스레 이해 올해 박 작가 탄생 100주년 맞아… 통영-하동-원주서 기념행사 풍성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군 최 참판 댁 전경. 하동군이 소설에 등장한 최 참판 댁을 한옥으로 재현했다. 올해 ‘토지’를 집필한 작가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동아일보DB 적막한 최 참판 댁에서 울리는 최치수의 기침 소리, 서희의 핏발 선 하얀 이마, 구슬피 울던 구천이, 잘난 사내 용이와 그의 사랑 월선이, 지긋지긋한 평산이와 빌런 귀녀…. 옛날 사람들이 분명한데도 왠지 한숨 쉬며, 바지를 툭툭 털며, 쓱 나타날 것만 같은 대하소설 ‘토지’ 속 인물들입니다. 고전문학이라고 하면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오만과 편견’ 등을 떠올리는 학생들에게 우리 문학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스스로 완독해 보고 싶은 욕심을 얹어 2025년 조직했던 세종과학고 ‘토지 낭송반’이 올해로 2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혼자 읽기 부담되는 책은 함께 모여 낭송하면 쉽게 읽을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됐습니다.● 15분 낭송의 힘 처음에는 한 쪽씩 돌아가면서 낭송을 시작했습니다. 묵독(默讀)을 할 때면 때로는 긴 묘사와 서술은 훌쩍 뛰어 넘겨 버릴 때도 있고, 헤아려 보기에 너무 많은 인물이 나오면 그 사이의 관계도를 인공지능에게 알려달라고 맡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낭독하면 그저 글을 따라가며 묵묵히 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어휘나 사투리도 온몸으로 부딪혀 발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사투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인물의 성격에 맞는 목소리를 내보기도 하며, 인간의 자애로움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어리석은 행동에 혀를 차기도 하고, 사악한 행태에 분노하기도 하며 조금씩 작품과 친해졌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점심시간에 15분씩 진행하던 모임을 방과 후에도 하고, 타지(他地)로 떠난 미래진로캠프나 자연탐사에서도 이어 갔습니다. 낭송했을 뿐인데 머릿속에서 인물은 뒤섞이지 않았고, 사건은 잘 정리됐으며, 어떤 인물이 누구의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지도 농담을 건넬 만큼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속도는 더딥니다. 1년에 1권씩 읽는데, 토지는 무려 21권입니다.● 올해는 박경리 작가 탄생 100주년 하동 박경리문학관에 세워진 박 작가의 동상. 동아일보DB 올해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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