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들 자기혁명 모범 돼야” 연설
리창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6명… 권력 투쟁설 장유샤까지 받아쓰기
中, ‘당 중앙 정책조율기구’ 신설… 시진핑 권한 약화 징표 해석 분분
지난달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제21차 집단 학습회의. 시 주석이 단호한 표정으로 연설하자, 리창(李强)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이 일제히 받아적었다. 군 서열 2위로 시 주석과 권력 투쟁설이 돌고 있는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도 받아쓰기에 열중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회의 영상을 공개했다. 최근 일부 반중 매체를 중심으로 ‘시진핑 실각설’이 퍼지자 시 주석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회의 영상을 공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시 주석의 ‘명령하는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단 평가가 많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 공무원들 사이에서 ‘사풍(四風)’으로 통하는 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 경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CCTV는 전했다.
최고 지도부의 거취를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원위원회(4중전회)의 다음 달 개최를 앞두고 시 주석의 실각설에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여전히 국내외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결정적인 권력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만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 정책 조율 기구 신설에 해석 분분
이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당 중앙 정책결정·사안조율기구 업무조례’를 심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해당 기구에 대해 “당 중앙이 중대한 업무에 대해 집중적이고 통일된 영도를 실현하고, 중대 과업의 실행을 추진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집권 후 비공식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영도소조를 통해 당의 정책 결정권을 강화해 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2017년까지 최소 29개의 영도소조가 새로 만들어졌다. 시 주석은 중앙재경영도소조, 중앙외사영도소조,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 등의 조장을 직접 맡으며 1인 권력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중앙에 의사 결정 조정 기구를 새로 만든 건 시 주석의 권한이 약화된 징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법학과 교수는 “만약 시진핑이 여전히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면 이런 기구는 거의 불필요한 존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중국 비평가 리린이(李林一)도 “중난하이(중국 최고 지도층)의 중대한 변화를 암시하는 신호”라며 “신설 기구가 시 주석을 무력화시키고, 다른 공산당 원로들의 힘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고 대만 쯔유(自由)시보가 1일 전했다. 다만 해당 기구의 설립이 오히려 시 주석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시 주석이 모든 영도소조의 조장이 아닌 만큼 옥상옥(屋上屋)의 기구를 만들어 정책 결정에 더 깊숙이 관여하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수많은 위원회와 지도소조의 역할과 권한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시진핑 측근 숙청으로 시작된 실각설
시 주석이 권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주장은 올 초 반중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시 주석의 측근인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모습을 감추고,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원이 숙청된 게 도화선이 됐다.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부주석이 시 주석의 측근을 제거하고 군을 장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에 “지금 중국에서는 분명 권력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해 실각설에 힘을 실었다. 그레고리 슬레이턴 전 버뮤다 주재 미국대사도 뉴욕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시 주석의 건강이 좋지 않아 올 8월 4중전회에서 은퇴하거나 이름뿐인 직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의 주장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연구소는 최근 “시 주석이 군부의 도전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선 시 주석이 지난달 카자흐스탄 방문을 포함해 올해에만 세 차례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 중국의 권력체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들이 일부 포착되긴 하지만 향후 시 주석의 권한이 더 강화될지, 아니면 물러날지에 대해선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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