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내주고 車관세 양보받은 일본총리…“대미 흑자국 중 최저 관세율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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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상호관세 부과 시한인 다음달 1일을 열흘가량 앞둔 22일(현지시간)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의 대일본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양국 간 합의 세부 내용과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본이 협상 타결의 1순위 조건으로 내세웠던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은 일본의 농산물·자동차 시장 개방을 압박해왔고, 일본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한 자동차(25%)·철강(50%) 관세 인하를 요구해왔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그동안 진척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8차 미·일 관세 협상에서 마침내 타협점을 찾았다.

아카자와 일본 경제재생상 [로이터 = 연합뉴스]

아카자와 일본 경제재생상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을 찾은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이날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고, 이후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앞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잇달아 회담했다.

우선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미국의 대일 상호관세율 25%→15% △자동차 품목관세 25%→12.5%(기존 관세 2.5% 합산 시 27.5%→15%) 등을 얻어냈다. 무엇보다 자동차 관세를 낮춘 것은 일본으로서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힌다.

당장 미국 측 완성차 업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미국 3대 완성차 업체를 대변하는 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맷 블런트 위원장은 “미국 부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일본산 수입차에, 북미에서 생산되고 미국 부품이 많이 쓰인 차량보다 더 낮은 관세가 매겨지는 어떤 합의도 미국 산업과 노동자들에게는 나쁜 합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P = 연합뉴스]

기자회견 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P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와 의약품 등 경제 안전보장 측면에서 중요한 물자는 만일 향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나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확약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품목이 확대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미국 측이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NHK 등에 따르면 자동차와 동일하게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기존에 적용되는 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 반대급부로 5500억달러(약 75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함께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시장 개방,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등을 미국 측에 선물로 안겼다.

농산물 개방을 놓고선 양국 간 설명에 온도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시바 총리는 “이번 합의에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산 쌀 수입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제도의 틀 안에서 필요한 쌀을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이 틀 안에서 미국산 쌀 조달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 관계자가 일본 도쿄 시내에서 미국과 일본이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는 내용의 호외를 나눠주고 있다. [AP = 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 관계자가 일본 도쿄 시내에서 미국과 일본이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는 내용의 호외를 나눠주고 있다. [AP = 연합뉴스]

일본은 연간 약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며, 그중 주식용은 최대 10만t가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물량 외에도 민간 업체의 쌀 수입은 가능하지만, ㎏당 341엔(약 3200원)의 관세가 붙는다. 이에 따라 일본은 향후 무관세 수입 물량 내에서 미국산 쌀 수입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연간 최대 77만t의 현행 수입 할당량은 유지하되, 미국으로부터의 조달 비율을 늘릴 방침으로 다른 국가들로부터 조달을 줄이고 미국산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5500억달러 투자’ 언급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양국 간 합의에 방위비(방위 예산)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연방의회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행사 연설에서 알래스카의 LNG 사업과 관련해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추진 중인 1300㎞ 길이의 알래스카 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이날 이시바 내각 고위 관계자는 “일본으로서도 환영할 만하다. 양국 관계에 있어 좋은 성과로 끈질긴 협상의 결과”라며 “국민 불안감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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