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3월과 4월 전국 경매 신청 건수는 각각 1만1000여 건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경매 신청 건수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기업 간 거래나 개인 간 금전 거래, 금융기관 대출은 모두 약속된 상환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채권자는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채권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경매 신청이 증가했다는 것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그만큼 늘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의 강제경매 신청이 늘어나면서 주거시설 경매 물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2006년 12월 이후 19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빌라 등 비아파트 비중은 72.2%에 달했다. 주거시설 경매 10건 중 7건 이상이 비아파트라는 점은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비아파트 시장의 어려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수요자들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빠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0·30세대의 경매 시장 유입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경매를 통해 서울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한 20·30대 매수인은 296명으로, 올해 1월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청약과 일반 매매 시장에서 진입 장벽을 체감한 젊은 실수요자들이 경매를 새로운 내 집 마련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매의 상대적 매력이 커진 이유도 있다. 일반 매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와 실거주 의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반면 경매를 통한 취득은 절차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도 경매를 통해서는 별도 허가 없이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매가 주목받을수록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유입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경매를 단순히 '시세보다 싸게 사는 시장'으로 이해하고 접근한다. 하지만 최근 경매 시장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은 일부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입지가 우수한 물건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 매매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매가 더 이상 무조건 '싸게 사는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중요한 것은 낙찰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취득하느냐다. 결국 경매의 성패는 권리분석과 물건분석, 그리고 적정한 응찰가 산정에 달려 있다.
권리분석은 낙찰 이후 예상치 못한 비용이나 법적 분쟁을 떠안지 않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경매에서는 낙찰가만 보고 투자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거나 유치권 분쟁이 발생하면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선순위 임차권, 가등기, 가처분 등 소멸 여부가 불분명한 권리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부등본, 현황조사서를 함께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컨대 1억원에 낙찰받은 물건이라도 50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인수해야 한다면 실제 취득원가는 1억 5000만원이 된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낙찰가만 보고 접근한다면 경매의 가격 메리트는 사라진다.
물건분석 역시 중요하다. 경매 서류만으로는 실제 가치를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로 접근성, 대중교통 이용 여건, 학군, 생활 인프라, 주변 개발계획, 혐오시설 유무 등은 반드시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상가나 근린생활시설은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상권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찰가 산정에서도 원칙이 필요하다. 경매의 목적은 단순한 낙찰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취득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 주거용 부동산은 시세 대비 10~20%, 경쟁이 치열한 인기 아파트라 하더라도 최소 5% 이상의 할인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매는 낙찰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금과 자금조달 계획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개인과 법인 중 어떤 명의가 유리한지, 단기 매각을 계획한다면 매매사업자 등록이 필요한지 등을 전문가와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매 물건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낙찰 이후 대출 가능 여부를 입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경매 신청 건수 증가는 경매 물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참여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그러나 기회가 늘어난 만큼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시장이 불안할수록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장소희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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