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플라스틱 제로, 그린 비즈니스 ③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은 기능만큼 ‘포장’이 중요하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내용물 보호, 사용의 편리함 등 다양한 이유로 플라스틱 사용은 불가피하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개발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으며, 나아가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브랜드 철학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화장품 포장재의 플라스틱 사용 감축은 이제 아모레퍼시픽에 기본이 됐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리필 용기 사용과 공병 회수 등을 고려하고, 고객이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때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친환경 가치를 녹이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아모레퍼시픽 환경경영의 핵심이다.
이는 실제 환경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제품으로 내용물 보호와 위생, 편의성이 중요하다. 무작정 용기 무게를 줄이면 세균 번식이나 누액 우려가 생기므로 안정성과 패키지 절감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신재 플라스틱 사용 감축 공동 선언 ‘팩트(Plastic ACTion, PACT)’에 합류한 이후 균형점을 찾기 시작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석유 유래 플라스틱 사용량을 1900톤 감축했으며, 재활용 소재 적용 비율은 23.8%에 이른다.
각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성과지표도 마련했다. 플라스틱 사용량, 재활용 용이성 등을 지표화해 브랜드별 성과를 추적하고 각 브랜드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각 브랜드 담당자가 플라스틱 감축·재사용·재활용·회수 4대 원칙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감축 & 재사용
우선 용기부터 바꿨다. 라네즈 ‘워터뱅크 블루 히알루로닉 크림’은 리뉴얼 과정에서 리필 패키지를 도입해 플라스틱 사용을 본품 대비 70% 줄였다. 같은 브랜드의 ‘립 슬리핑 마스크 EX’는 속뚜껑을 제거해 연간 약 7.3톤의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블루에너지 에센스 인 로션 EX’ 용기(캡 제외)에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네오쿠션’ 본품 외용기(리필 제외)에는 50%가 적용되었다.
재사용도 활발하다. 설화수 ‘진설크림’은 외부 용기를 그대로 두고 내부 용기만 교체하는 리필 구조로 본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60ml 제품은 52%, 30ml 제품은 55% 절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리필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리필 제품을 채택해 ‘리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 & 회수
재활용은 분리배출이 용이한 패키징이 핵심이다. 이니스프리 ‘그린티 히알루론산 스킨·로션’은 캡과 용기 모두 PP 단일 소재를 사용해 분리배출이 쉽다. 환경부의 재활용 용이성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 제품의 캡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30% 적용됐다.
회수는 소비자와 함께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해 2023년까지 누적 2592톤의 공병을 회수했다. 전국 매장뿐 아니라 본사인 ‘아모레 용산’에도 수거함을 설치했고, 2024년부터는 온라인 쇼핑몰 ‘아모레몰’에서도 공병 수거를 진행 중이다. 수거 품목은 화장품 용기뿐 아니라 헤어·보디·핸드케어, 쿠션·팩트 등 일부 메이크업 제품과 향수까지 확대됐다.
브랜드 헤리티지 ‘그린’
아모레퍼시픽의 플라스틱 감축 활동은 브랜드 헤리티지에도 녹아들고 있다. 1990년대부터 ‘태평양 그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빈 용기 회수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기반으로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진정성 있고 세련된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슬로건은 지난 2월 해운대에 위치한 아모레 부산에서 열린 전시회 주제이기도 하다. ‘LESS PLASTIC. WE ARE FANTASTIC’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이 전시에서는 버려진 플라스틱과 폐기물을 활용해 아름다움을 창조한 5인의 크리에이터 작품이 소개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플라스틱 저감을 주제로 고객과의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의 플라스틱 저감 노력과 용기 수거 제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소비자들은 “환경보호에 쉽게 동참할 수 있었다”, “집에서 간편하게 수거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2030년까지 자사 플라스틱 포장재의 30%를 재활용 또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금속 부품이 없는 ‘메탈리스 펌프’ 사용을 확대해 재활용 용이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현희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센터 부장은 “제품의 본질과 브랜드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됐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기업에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오염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이에 〈한경ESG〉는 한국WWF와 함께 국내 주요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 전략을 소개한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