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번화가에서 골목 하나를 들어서자 고즈넉한 주택가 사이로 영어로 ‘템플(Temple)’이라고 적힌 흰 건물이 눈에 띄었다. 도심형 템플스테이 공간인 ‘홍대선원’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대형 불화와 향로, 목제 가구 등 절에서 볼 법한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차를 즐기는 공간인 ‘티바’에는 투숙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명상과 다도는 물론 태극권·댄스명상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홍대선원 관계자는 “올해에만 3200여명이 방문했다”며 “2030세대와 외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올해 예약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예약자 67%가 20·30세대
명상과 마음 챙김 열풍 속에 호텔 대신 사찰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른바 ‘템캉스’를 찾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요가·태극권·다도 같은 체험형 웰니스 프로그램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국 주요 템플스테이 사찰마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5월 진행된 ‘행복두배 템플스테이’ 예약자의 67%는 20·3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42%였던 것과 비교하면 젊은 층 관심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행복두배 템플스테이는 사찰 문화 체험 확대를 위해 숙박비를 할인해 운영하는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다.
세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예약 사이트 접속이 폭주해 ‘아이돌 콘서트 급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경쟁도 벌어졌다. 5월 행복두배 템플스테이는 예약 시작 하루 만에 31일 치 일정 대부분이 마감됐다. 예약 오픈 당일 동시 접속자는 3만여명으로 지난해의 10배 수준이었다. 30대 직장인 신모씨는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멈췄지만 포기하지 않고 몇 시간을 새로고침한 끝에 겨우 예약했다”고 말했다.
과거 중장년층 중심의 전통 종교 체험으로 여겨졌던 템플스테이는 최근 ‘웰니스’와 ‘마음 챙김’ 문화와 결합하며 젊은 층의 새로운 여가 콘텐츠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부모 세대를 따라 사찰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이 먼저 예약에 나서는 모습도 늘고 있다. 홍대선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부모 세대가 자녀를 데리고 절에 왔다면 이제는 자녀가 먼저 예약하고 부모님을 모셔 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템플스테이를 찾는 2030 상당수는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강요받지 않는 분위기와 편안함 때문에 사찰을 찾는 경우가 많다. 홍대선원에서 장기 투숙 중인 30대 여성은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진짜 쉬는 느낌이 든다”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면서도 조용한 골목 하나만 나가면 홍대 번화가라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방문자 한 해 5만명 넘겨
체험형 프로그램을 즐기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평소 명상과 요가에 관심이 많은 30대 직장인 조모씨는 올해 경주 골굴사 템플스테이에서 불교 전통 수행법인 ‘선무도’를 체험하고 이달 일본 여행에서도 고야산 사찰 숙소에 묵었다.
조씨는 “프로그램 참여를 강요하지 않아 부담이 적고 템플스테이가 처음이었던 가족과 지인들도 대부분 만족도가 높았다”며 “중국 소림사 같은 곳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템플스테이 방문객은 총 34만9236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은 5만5515명에 달했다. 봉은사와 조계사, 길상사 등 서울 도심 사찰들도 접근성이 좋아 대표적인 ‘도심형 템플스테이’ 장소로 꼽힌다. K-컬처 확산과 함께 한국 불교와 명상 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 수요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템플스테이뿐만 아니라 사찰을 여행지로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티맵모빌리티가 2023∼2025년 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찰을 찾은 수요가 3년 연속 늘었다. 지난해 사찰을 목적지로 설정한 건수는 전년보다 26.9%, 2023년 대비 55.9% 증가했다. 지난해 티맵 사용자가 가장 많이 찾은 사찰은 불국사였고, 낙산사 통도사 해동용궁사 보문사가 뒤를 이었다. 불교 신자가 아닌 관광객에게도 익숙한 사찰이 다수 포함돼 여행지로 찾은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교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나흘 간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기간 동안 티맵에서 코엑스를 목적지로 설정한 건수는 전주 대비 4.1% 증가했다. 박람회 종료 직후 주간과 비교해서는 77% 많았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사찰 방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것은 불교 문화가 종교의 경계를 넘어 대중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불교 굿즈와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번뇌 닦는 수건’, ‘깨달음 티셔츠’ 굿즈로 화제를 모았던 해탈컴퍼니는 올해 불교 박람회에서 11만원대 ‘데님 승복 바지’를 선보이며 300벌을 완판시켰다. 카카오도 ‘붓다춘 콜라보’를 통해 목탁 피규어 키링과 스님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템플스테이 열풍이 단순한 종교 체험을 넘어 나를 치유하고 돌보려는 욕구와 소비문화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삶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미와 힐링을 찾으려는 욕구가 젊은 세대에서 강해졌다”며 “불교는 특정 교리나 조직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2030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합리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연수/라현진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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