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린이의 여행법’을 쓴 이지나 작가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는 집 밖을 나서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이라며 “아이와 함께 10여년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는 자라고 저는 많이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여책저책이 소개할 두 권의 여행 책도 이 작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여행이 된다며 떠난 ‘오늘도 아이와 여행 중입니다’, 어린 두 딸과 함께 세계여행에 나선 기록을 담은 두 번째 이야기 ‘훌쩍 커버리기 전에 2’입니다.
오늘도 아이와 여행 중입니다
김유림 | 미다스북스
여행은 꼭 멀리 떠나야만 하는 걸까. 목적지를 정하고, 짐을 싸고, 계획을 세워야만 하는 걸까. 어쩌면 여행은 우리가 걷는 모든 길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 속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 김유림은 독박육아를 더 재밌게 즐기고자 아이와의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엄마는 아이의 일상을 재밌게 그려나가는 예술가’라고도 생각한다. SNS 속 유명한 장소를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스타일대로 아이와의 일상을 여행하듯 추억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기는 이유다.
육아는 때때로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를 여행처럼 보낸다면 어떨까로 시작한 책이 ‘오늘도 아이와 여행 중입니다’이다. 책은 한마디로 말해 ‘두 아이와 함께하는 작은 여행’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건강한 전환을 통해 육아 속에서도 소소한 발견과 변화를 마주하며 일상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간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도,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순간 전혀 다른 색깔을 띤다는 걸 가감 없이 밝힌다. 집 앞 공원을 거닐고, 도서관에서 책을 펼치고, 전통시장에서 귤을 고르는 순간 속에도 저마다의 특별함이 살아 숨 쉰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저자의 경험과 시선을 담아 가까운 곳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관, 미술관, 전통시장, 도서관 같은 친숙한 장소들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동시에 육아와 여행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임을 깨닫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걸으며 무엇을 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언제든 아이의 손을 잡고 일상 속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훌쩍 커버리기 전에 2
송태승 | 하사전
경기도 포천의 한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자 송태승은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 배운 점이 끝이 없는 길처럼 삶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배낭여행과 국내외 선교 활동,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여행의 가치를 깨달았다. 두 아이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도 세상 곳곳을 아이와 두루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2019년 당시 10살, 7살이던 두 딸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70일간 했고, 그 이야기를 ‘훌쩍 커버리기 전에’로 출간했다. 6년이 지나며 좀 더 규모를 키웠다. 16살, 13살이 된 딸들과 엄마까지 함께 유럽을 99일간 다녀왔다. 그 후기를 ‘훌쩍 커버리기 전에 2’에 담았다.
첫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아이들도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됐고, 아빠 옆에는 엄마도 있어 첫 여행만큼 까마득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에게 여전히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음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일상이라는 큰 길에서 벗어나 이정표 하나 없는 작은 길로 들어가는 마음 같은 것이리라.
어떻게 저자는 그런 용기 있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더 깊이 나누고 싶다는 아빠의 간절한 마음, 모든 아빠의 가슴 속에 흐르는 자식 사랑의 마음이 그 이유일테다.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가족의 유럽 여행기가 아니다. 열 살, 일곱 살이던 두 딸과의 첫 긴 여행 이후,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과 함께 다시 떠난 99일간의 여정은 의미가 다르다.
그 길 위에서 가족은 함께 웃고, 때로는 멈춰 서며, ‘지금 여기’의 소중함을 배운다. 어떤 허무도, 체념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의 따스한 온기를 더 깊이 느끼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다. 하루하루는 금세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포착한 작고 반짝이는 행복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여행의 의미는 목적지가 아니라 그 여정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유보다는 존재하기로 삶의 방향을 정했다”고 전한다. 새로움을 향한 발걸음, 낯선 사람과의 눈맞춤, 잠깐 스쳐 지나가는 풍경까지도 그의 존재를 조금씩 채운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감정과 생각을 품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 여행은 그 마음의 그릇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다.
여정이 끝날 무렵, 마음엔 자연스레 아쉬움이 스며든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끝이 아닌 시작의 징후다. 다시 일상을 살아갈 용기, 또 다른 만남을 꿈꾸게 하는 따뜻한 여운처럼 말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고 조용히 말한다. 비교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다고도 전한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그 길 위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행복했는가 하는 것이다. ‘99일의 여행’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아주 오래, 독자의 마음속을 걷는다. 이 책은 결국 삶에 대한 고백이자, 가족이라는 작은 우주의 아름다운 기록이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장주영 여행+ 기자